냉전구조해체에 따른 본격적인 군축이 시작되려는 조짐이 가시화되고
있는것은 세계의 평화를 위해 여간 반가운일이 아니다. 지난9월27일
부시미대통령이 "핵감축선언"을 발표한지 8일만에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의
미측군축안에의 상응조치로 소련의 핵무기감축안을 발표한것이다.
두나라의 핵감축안은 내용에있어서 소련의 적극주장에 대해 미국을 포함한
서방측이 확실한 입장표명을 유보한 상태에 있는 핵실험의 1년간중지
문제라든지 전술비행장에서의 공중핵폭탄 핵미사일제거(서방측은 일단
지상배치 핵무기제거가 완료된후 이를 추진한다는 입장)등 문제처럼 이견이
상존하는 부문도 없지않다. 그러나 그러한 부문적이견에도 불구하고
핵증강.개발경쟁을 오랜세월동안 벌여왔던 2대핵대국인 미소가
핵폐기원칙에 보조를 같이하는 구체적조치를 세계앞에 공표한 사실은
확실히 오늘의 시대가 핵군확경쟁에서 핵군축경쟁으로 변하고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사실 따지고보면 냉전체제의 해체에 미소가 이미 합의했고 또
바르샤바조약기구의 붕괴와 동구공산국가들의 중립화는 서구와 소련간에
폭500 에 이르는 거리가 새로 생기게하여 단거리 전술핵무기등을 사실상
무용지물로 만들고 말았다.
그리고 원래 미국의 핵무기증강은 호전적인 소련의 핵공격에 대항하는
억지용이었는데 막심한 경제난으로 소련의 핵도발이나 핵전쟁능력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상황에서 미국이나 소련은 다같이 핵군확확요성을
발견할수 없게된것이다. 더구나 경제재건을 위해 막대한 규모의
경제원조를 미국을 비롯한 서방측에 요청하고있는 소련으로서는 그런
경제원조를 바라는 한편에서 막대한 돈을 핵증강에 쏟아넣을수있는 처지는
아닌것이다. "미소양국은 이제 어느쪽에도 필요없게된 무기들을
갖고있다"는 폴 월포위츠 미국방차관의 말은 핵군축의 배경을
잘표현하고있다.
고르바초프는 또 소련군의 70만명감축을 핵폐기선언과 함께 밝혔는데
핵분야에 그치지않고 통상적 재래무기.병력에까지 미쳐야만 실효있는
군축이 된다는 시각에서 볼때 이는 세계평화를 위해 매우 바람직한 군축의
전진을 의미하며 그 조속한 실현과 각국의 호응이 촉구된다. 특히 이러한
핵감축과 병력삭감에 있어서 한반도가 예외가 되는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한반도의 비핵화가 군축을 위해서 먼저 북한이 국제기구의 핵사찰을
받아야하고 미소를 중심으로한 유엔은 핵사찰을 거부하는 북한의 자세를
바꾸게해야 한다. 우리정부는 핵및 재래무기감축에 대비한 한반도
안전보장문제에 충분한 검토와 준비를 시작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