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최근 수년간 이른바 ''북방외교''에 총력을 경주한 사이북한은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의 중심국인 태국을 비롯한
''남방외교''에 매진, 상당한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으로 방콕의 외교
소식통들은 분석하고 있다.
북한은 전통적으로 한국과 오랜동안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아세안
국가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들의 전통적
우방인 베트남, 라오 스, 캄보디아등 인도차이나 반도 제국들과도 더욱더
유대를 강화해나가로있는 중이 다.
지난 89년이후 동구 사회주의 국가들의 붕괴로 설땅을 잃어가고있는
북한은 금 년들어 실제적으로 아프리카및 북구 제국들과의 비생산적인
소모성 외교를 지양하고 실리외교를 펼치기위해 이들 국가의 상주 공간을
폐쇄하는 한편 그 여력을 아세안쪽 으로 돌리고있는 것이다.
북한은 금년초 연형묵총리를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등 동남아
3개국에 파견, 실질 협력 관계를 강화한데 이어 지난 4월말부터 5월초에는
이종옥부주석을 베트남, 라오스, 인도에 파견하여 남방외교의 기틀을
다진바 있다.
특히 북한은 최근들어 한국의 맹방인 태국을 집중적으로 공략,
아세안과 인도차 이나 반도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하고있으며 그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있다고 외교전문가들은 평가하고있다.
그 실례로 북한은 연초 연총리의 동남아 순방때 태국산 쌀 50만톤을
수입키로 합의하고 현재 그 후속조처를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있으며
금년들어 방콕에 상 주 공관을 설치, 초대 대사(리도섭)가 부임하여
활동중이기도 하다.
북한은 태국 공략을 위해 태국 왕실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데 시린돈
공주의 서울, 평양 방문에서 나타났듯이 북한에서는 태국 왕실을 의식해
국빈의 예를 다 갖춘 반면 한국에서는 상당히 홀대한 것로 비교가돼 방콕
주재 한국 대사관이 그 후유 증을 앓고있는 실정이다.
뿐만아니라 북한은 김일성-시아누크의 개인적인 친교 관계도 동남아
진출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79년 베트남의 캄보디아 침공으로 황급히 망명길에 올랐던
시아누크는 왕 궁에 못지않은 저택을 마련해주면서 지금까지 그를
지원해온 김일성에게 은혜를 갑 기위해 동분서주하고있다는 것.
캄보디아 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을 위해 발족된 캄보디아 민족
평의회(SNC) 의장 직에 오른 시아누크는 국제적으로 고립돼있는 김일성에게
보은의 기회가 온 것으로 판단, 태국 왕실과의 빈번한 접촉을 통해 북한의
태국 진출에 일익을 담당했다는 분 석이며 자신이 오는 11월 프놈펜으로
귀환할때 태국군 30명과 함께 김일성의 친위대 1개 분대를 개인 경호병으로
이용하겠다는 것도 북한-태국 관계를 의식해서 취해진 조처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곳의 외교가에서는 만약 동구 사회주의 국가들과 같이 북한의 현
체제가 무너질 경우, 시아누크가 망명후 북경과 평양을 오갔듯이 김일성도
북경과 프놈펜을 오갈수 밖에 별 도리가 없을 것이라고 보고있을 정도다.
''남방외교''에 사활을 걸고있는 북한이 태국을 집중공략하고있는 것과는
달리 한 국은 대태국 외교에 너무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오고있다.
왕을 대신하여 잦은 해외 나들이를 하고있는 시린돈 공주의 서울
방문을 과소 평가, 홀대한데 대해 태국왕실은 한국정부에 몹시
서운해하고있으며 태국을 이끌어 가고있는 군부에 대한 한국정부의
무관심도 문제라는 것이다.
그 일례로 태국군부는 최근 기회가 있을때마다 쿠데타 집권 세력을
정면 공격하고 있는 잠롱 스리무앙 방콕 시장의 잦은 한국방문을 들고
있다.
한국정부의 공식 초청은 아니더라도 결과적으로는 잠롱 시장의 잇달은
한국방문 과 그에 대한 한국인들의 관심 표명을 놓고 태국 군부는 몹시
못마땅하게 여기고있 다는 사실에 귀를 기울여야할 것이라고 친한파
태국의 고위 장성은 충고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급변하는 세계 정세속에선 한국은 ''북방외교''에 지나치게
매달려있 는 사이 진정한 가까운 이웃을 북한에 의해 잠식당하고있는
것으로 이곳 외교관계자들은 매우 우려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