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약속한 사항이 이행되기는커녕 역행되는 사태가 일어나면
이만저만한 식언이 아니다. 상반기중 기업의 기부금이 59%나 늘어난
현상이 그같은 경우이다. 정부는 89년3월 무려 212개에 달하던 준조세중
19개만 남기고 모두 폐지키로 하는 기업준조세정리방안을 밝혔었다. 그
이후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조금씩이나마 준조세가 늘어났다.
작년의 경우 12월말결산법인 509개사가 지출한 준조세성격의 기부금은
전년보다 5. 5%가 늘어났다. 이것이 올 상반기엔 전년동기보다 59%나
늘어났으니(조사대상 493개사)브레이크가 완전히 없어진 꼴이다. 포철의
경우 작년 한해에 기부금명목으로 지출한 돈이 281억원이었는데 올
상반기중에 이미 이에 육박하는 261억원을 낸 것이다.
기업이 경영외적 비용을 과다하게 지출하게 되면 어떻게 된다는 것쯤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렇게 되면 기업뿐아니라 가계나 단체
정부등도 부건전한 재정상태에 빠지게 된다. 더구나 기업으로서는
기술투자등 경쟁력강화에 쓸 돈을 뺐기는 꼴이된다. 올처럼 기업의
금융부담이 크게 늘어나고 자금난이 심각한때에 기부금이 급증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기부금의 세목이 밝혀지지 않아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종래의
예에서 보면 자발성보다는 억지로 내는 강제성이 많으리라고 짐작된다.
조세법률주의나 예산제도에 어긋나는등의 논리를 펴지 않더라고 그것이
부건전한 행태라는 것을 부인할수 없다.
89년의 준조세정리방침은 경제민주화를 이룩하여 모든 것을 건전한
방향으로 이끌자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올 상반기중에 기부금이 급증한
것을 보면 정부의 능력과 의지를 의심하게 된다. 이 문제를 재점검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