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의 연방체제 붕괴가 가시화되자 국내 기업들은 대소 경협의 창구를
연방 정부로부터 공화국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한편 소련내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일단 관망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 현대, 럭키금성, 대우 등 국내
대기업그룹들은 소련의 연방체제가 급속히 와해됨에 따라 앞으로
공화국들이 경제문제에 전권을 행사하게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있으나 아직은 소련내의 정국이 안정되지 않은데다 경협확대의
전제가 되는 각종 경제관련협정의 공화국들내에서의 효력문제 등 불분명 한
점이 많아 당장의 대책을 마련하는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그룹은 소련이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지속적으로 중앙정부로부터
공화국 정부로 권한이 이양되어온데 주목, 이미 공화국 중심의 경협
전략을 세워놓은 상태이며 이번 사태로 이같은 공화국 위주의 경협전략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은 그러나 소련내 공화국들의 독립 형태가 아직 불분명한데다
서방측의 지원도 연방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 또는 공화국에 제공될지가
분명치 않아 각 공화국들의 내부 움직임을 좀 더 지켜본뒤 공화국 중심의
전략을 본격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현대그룹은 소련 연방체제의 붕괴에 따라 그동안 소련 연방상의를 공식
창구로 진행되어온 대소 경협이 개별 공화국들로 옮겨져 대소 프로젝트를
원활하게 전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는 특히 이미 개별 공화국과의 계약을 끝내놓고 연방정부의 승인을
기다리던 야쿠트 탄전개발사업과 칼미크자치공화국 유전개발사업등이 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모스크바 및 나홋카 지사를 통해
소련내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는 당초 지난 24일로 예정됐던 정주영 명예회장의 소련 방문을
이달말로 연기했으나 소련내 정국 변화에 따라 이를 다시 오는 9월로
연기했다.
럭키금성그룹 역시 앞으로 소련내 공화국들과의 접촉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으며 이제까지 모스크바에서 주로 열렸던 전시회 등도 개별
공화국을 돌며 개최키로하는 등 다원적 접근 방안을 적극 모색키로 했다.
키르기스공화국, 카자흐공화국 등과 이미 교역의 물꼬를 튼 럭키금성은
앞으로 공화국들의 경제적 권한이 강화될 것에 대비, 모스크바 이외에 각
공화국 수도에도 지사를 설치할 것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
대우그룹은 소련 연방체제의 해체 가시화에 따라 (주)대우의
지역2사업본부를 본격 가동, 공화국들과의 접촉을 한층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대우는 소련 공화국들이 경협의 전권을 행사하게 될 경우 그동안
연방정부와 공화국 정부를 동시에 정촉해야하는 어려움과 연방정부의
공화국에 대한 각종 규제 등이 해소돼 대소경협이 한층 가속화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