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성당 경갑실수석보좌신부가 농성자들과의 ''대화포기''를
선언한데 이어 2개 평신도 단체가 21일 하오6시 각각 회의를 열고 장기
농성사태의 해결에 직접 나서는 방안을 검토키로 함으로써 농성자들과
경찰간의 충돌보다는 농성자들과 신도들간의 충돌이 예상되는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회장 박정훈.67.평협)은 이날
가톨릭회관 5층 사무실에서 상임위원회를 열고 교회운영 세칙 검토등 일반
안건외에 명동성당 장기 농성사태도 특별안건으로 상정,조기 해결 방안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
평협은 이 회의에서 "성당이 더 이상 정치활동의 무대가 돼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결정하고 <>명동성당 전 신도와 평협의 이름으로 직접
농성자들의 자진철수를 종용하고 <>농성자들이 끝까지 불응할 경우 강제로
철수시키는 방안을 집중논의 할 것이라고 박회장이 회의에 앞서 밝혔다.
또 명동성당평신도협의회(회장 윤영길.49)도 같은 시각에 교육관
지하1층 회의실에서 평신도 상임위원 10명과 본당 신부 6명이 참석하는
사목상임위원회를 열고 성당측에 농성사태에 대해 더욱 강력한 대응책을
강구토록 촉구하는 한편 신도들이 직접 농성자들을 찾아가 ''적극''설득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천주교사회운동협의회등 천주교내
진보단체들은 "교회법의 원칙과 정신을 저버린 반복음적인 처사"라고
반발하고 나섬으로써 명동성당의 장기농성 사태는 천주교내 반목과 분열로
이어질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이에 앞서 경신부는 20일 하오 강기훈씨(27)를 불러 조속히 검찰에
자진출두토록 종용하는 자리에서 "농성자들을 성당밖으로 쫓아내라는
신도들의 압력이 워낙 거세 사제로서의 내 지도력에 금이 갈 정도"라고
밝혔으며 기자들에게도 "신도들이 한때 직접 물리력을 동원하려는 것을
만류한 적이 있다"고 말한바 있어 명동성당 사태의 추이에 일반 신도들의
움직임이 큰 변수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