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에서 여성은 광역의회에서나 기초의회에서나 1백명중 1명이
있을까 말까한 정도로 극소수에 지나지 않게 됐다.
이번 광역의회 선거에서 여성은 전체 후보 2천8백77명중 63명 (2.2%)이
출마, 8명이 당선돼 의원정수(8백66명)의 0.9%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이는 기초의회 선거에서 1백3명(1.2%)이 나와 의원정수의 0.9%인 40명이
당선된 것과 의석 점유율면에서는 별로 다를 게 없다.
그러나 여성후보의 당선율은 기초의회 선거에서는 32.7%였으나
이번에는 그에 훨씬 못미치는 12.6%에 불과한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당선자를 보면 민자당에서 박정진씨(56, 부산), 금옥례(56, 경기),
김순애(41, 서울), 이선희(27, 서울), 조정순(63, 서울)등 5명이고
<>신민당의 장영숙씨(47, 광주), <>광주 전남민주연합의 안성례씨(53,
광주), <>무소속의 이윤정씨(36, 광주)등 이다.
대부분이 지역에서 사회운동 또는 봉사활동 경력을 가졌거나 지명도가
높은 사업가들이고 순수성을 강조한 가정주부와 시민들이 연대하여
강력하게 밀었던 사회운 동가들은 거의 다 탈락됐다.
조정순씨는 88올림픽때 여자선수단 단장을 맡았던 체육계의 대모로
사업가이고, 민자당에서 10여년간 정당생활을 한 김순애씨와
평통자문위원을 지낸 박정진씨도 역시 사업을 하고 있다.
의사인 금옥례씨는 성남시 여의사회 회장이며, 인기가수인 이선희씨는
주위의 예상을 깨고 남녀 통털어 최연소의 나이로 당선됐다.
장영숙씨는 신민당 지구당 고문직을 맡고 있고, 안성례씨는 80년대이래
광주 민가협 회장으로 민주화 운동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윤정씨는 5.18항쟁동지회 회장, 광주.전남여성회 운영위원으로
사회운동과 여성운동을 겸하고 있다.
*** 정당공천 못받아 자금, 조직력 달려 ***
이같은 선거 결과에 대해 한국여성정치문화연구소 김정숙소장은
"광역의회 선거는 정당 차원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조직력과 자금력이
열세인 여성들이 거의 당선되 지 못했다"면서 "정당의 공천을 받은
여성들이 비교적 많이 당선된 반면 정당 지원이 없었던 무소속후보는
거의 떨어지고, 나머지는 호남지역에서 지역감정이 유리하게 작용한 것
같으며 "고 분석했다.
실제로 민자당에서 공천한 여성후보 11명중 5명이 당선되는 실적을
올렸고 무소속 20명의 후보중에는 단지 1명밖에 당선권에 들지 못했다.
일례로 이번 광역의회의 이변중 하나로 여겨지는 대중가수 이선희씨의
경우 본인의 자질도 있었겠지만 정치적으로 백지나 다름없는 무명임에도
불구하고 정당의 과감한 공천과 적극적인 지원이 주효했다는 것이 여성계의
주장이다.
한국여성개발원 김윤덕원장은 "유권자들이 여성에게 표를 줬다기
보다는 정당 선호경향을 보였다. 따라서 여성에게 공천을 많이 해줬더라면
당선자가 더 나왔을 것"이라고 정당의 여성에 대한 배려를 아쉬워했다.
여성개발원이 실시한 정치지도자 연수를 받은 2백명이 있고 그중
20여명이 광역의회에 출마의사를 표시했으나 겨우 4명만 공천받았다. 그중
조정순, 금옥례, 박정진씨 등 3명이 당선이 됐지만 공천에서 탈락,
무소속으로 나온 이필연, 유장선, 윤승자씨는 떨어졌다.
김원장은 "30여년만에 실시된 지방의회 선거에서 남성에게 비교하면
여성당선자 가극히 미미하지만 여성도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는
사회의식이 싹트는 기반은 형성됐다"고 이번 선거의 의미를 평가했다.
한편 여성계는 앞으로 정당에서 여성을 과감히 밀어주고 여성 자신도
정치의식을 키우면 다음 지방의회에서는 훨씬 많이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옥순 민자당 여성1국장은 "일반적으로 여성들은 자신의 지명도나
친지.친척 등 사조직의 도움을 받아야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인데
반드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번 선거가 말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는 조직이며 여성도 정치 공부를 착실히 해야한다"는 교훈을 이번
선거의 교훈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