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심화되는 인천항의 체선사태가 올들어 최악의 상태로 빠져들었다.
해운항만청과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 내린 비로 인천항의 하역작업이
사실상 중단된데다 건축경기 과열에 따른 시멘트, 철재등 건축자재의
반입량이 계속 증가, 27일 현재 인천항에 접안하지 못하고 갑문밖 외항에서
대기중인 선박은 올들어 최악의 수준인 56척에 달했다.
인천항 체선 선박수가 56척을 기록하기는 24시간 철야하역작업이
실시되기 이전인 지난해 7-8월의 70여척 이후 처음으로 올들어 가장
심했던 지난 21일과 24일의 36척에 비해 불과 몇일 사이에 무려 20척이나
늘어난 것이다.
이날 현재 체선선박은 원목운반선이 20척으로 가장 많고 시멘트선
14척, 철재선 6척, 기타선 16척이다.
인천항은 접안 및 하역시설의 부족으로 외항에서 대기중인 선박들이
보통 평균 7일이내에 접안, 하역하는 만성적인 체선사태를 빚고 있으나
이제 체선사태가 더욱 악화, 당분간 평균 10일정도 기다려야 접안할 수
있게 됐으며 일부 선박들은 심지어 12-15일까지 기다리게 됐다.
더우기 본격적인 장마철인 6-7월에 접어들 경우 인천항의 하역작업이
사실상 중단될 가능성이 높은데다 건축경기의 과열이 지속, 시멘트 및
철근등 건축자재의 반 입량이 계속 늘어날 전망이어서 인천항의
체선현상은 앞으로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체선현상은 비단 인천항 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인데 특히 올들어
전국 주요 항만의 취급물동량이 지난해에 비해 평균 20% 정도 늘고 있어
체선현상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인천지방해항청은 체선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9월부터 실시해온
24시간 철야하역작업을 계속 독려하는 한편 매일 하오 하역순서를 결정하기
위해 선사들과 선석배정회의를 하고 있다.
인천지방해항청은 인천항에 선박을 접안, 화물을 하역할 수 있는
선석이 36개밖에 되지 않으나 접안 선박수를 최대한 늘려 현재 40척을
접안해 놓고 하역작업을 최대한 서두르고 있으나 체선해소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같이 인천항 체선현상이 갈수록 심화되자 대부분의 해운회사들이
인천항에 배를 투입하는 것을 꺼리고 있으며 이 때문에 일부 수도권
화주들은 다른 먼 항만으로 화물을 옮기는 사태까지 일어나고 있다.
실제 인천항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범양상선의 경우 지난해까지 매월
인천항에 미주와 호주지역으로 운항할 선박을 1척씩 투입해 왔으나 인천항
체선현상이 점점 심화되자 올들어 2척밖에 투입하지 않았다.
이같은 선사들의 인천항 기피현상은 범양상선 이외에 현대상선,
한진해운, 조양상선등 다른 국적선사들도 마찬가지이며 앞으로 인천항
체선사태가 더욱 악회될 경우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인천항 체선사태가 점점 심화돼 올들어 가능한
한 인천항을 이용하지 않으려는 것이 회사의 기본방침"이라고 전제, "특히
이같은 인천항 체선사태는 해결될 기미가 없어 인천항이 우리나라 2번째
무역항구로써 기능을 상실할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한편 원목을 비롯, 비료원료, 합판 등 단일품목을 실은 선박들은
체선에 따른 결손을 메우기 위해 체선료를 화주들로부터 받고 있으나
화주들이 많은 잡화의 경우 체선료를 청구하지 못하고 있어 선사들의
피해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