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의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는 한 소련 경제는 장기적으로도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경제위원회가 23일 한보고서에서
전망했다.
비밀 정보활동을 비롯한 자체 정보원과 소련의 공식 통계 등을 토대로
한 28쪽의 소련경제 연례보고서는 소련이 금년도 전망으로 제시한 1.3%의
경제생산 감소율을 ''낙관적''인 것이라고 지적하고 "현재의 상황으로
미루어 볼때 91년도의 생산 감소는 2%의 감소율을 보인 90년도보다
급격한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보고서는 중앙정부와 일부 공화국들간에 벌어지고 있는 경제권
다툼과 세입 감소 및 지출 압력 증대 등으로 미루어 소련이 제시한
2백60억루블의 금년도 예산적자 전망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이라고
지적하고 금년도 예산 적자는 1천억루블을넘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소련 경제의 장.단기 전망이 극히 불투명한 주요인은 소련이
독립을 요구하는 공화국들에 대해 정치적,경제적 자치를 허용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은 "보다 시장
지향적인 경제를 향해 소련을 이끌고 나아가기 위한 포괄적인 청사진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개혁계획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어느 것도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반면 일련의 경제포고령을 발표함으로써 아직도
"거시경제의 핵심적인 지렛대를 쥐고 있다"고 이 보고서는 주장했다.
나토는 "적극적인 시장개혁 기간중의 경기후퇴와 생활수준 저하는
장기적인 경기회복 이전에 나타나는 현상인데 소련의 경우 개혁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같은 후퇴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전통적인
계획경제마저도 새로운 경제체제로 대체되기도 전에 해체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현재 소련 경제는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나토 보고서는 또 고르바초프 대통령을 비롯한 소련 고위 관리들이
서방 부국들로부터의 경제지원 필요성을 점차 빈번히 강조하고 있는
사실은 이제 서방의 재정지원이 소련 경제계획의 일부가 됐음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소련 경제의 전망이 불투명해 서방 국가들이 투자 및 차관을
확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는 또 소련 중앙정부가 15개 공화국들과 정치적 이견을
해소하기 위한 협상을 가져야 하며 이 협상은 이밖에도 "자원의 소유권,
과세와 세수,예산편성,대 외경제관계 등의 관할권 문제 등 주요 쟁점을
분명히 밝혀야 할것"이라고 말했으나 이같은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은
제시하지 않았다.
이 보고서는 각 공화국의 자치권이 확대될 경우 무역 업무의 분산으로
소련 전체의 수출은 최소한 초기에는 줄어들 것이며 서방 수출업자들과
금융계는 소련과의 거래를 더욱 꺼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토 경제위원회는 소련 경제에 대해 연례보고서를 발표해 왔는데 이번
보고서는 종전에 비해 훨씬 포괄적인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이밖에도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지적했다.
89년과 90년중 소련의 국방비는 동유럽으로부터의 군대 철수와
군축으로 6% 삭감됐다. 그러나 국방비가 아직도 국내총생산(GDP)의 15-
17%를 잠식하고 있다.
<>90년의 산업생산은 1.2%, 석유생산은 6%, 석탄생산은 5% 각각
감소했다.
<>화학제품 생산은 1% 감소, 기계제작과 농공 복합산업 및 소비재 생산
등 주요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했다.
<>고르바초프 재임기간중 소비재 공급은 증가했으나 사재기와 암시장
거래로 상점의 시판 상품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