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신민당총재는 8일 하비에르 페레스데 케야르 유엔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 특히 상임이사국들을 설득하여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가입되도록 안보리 명의로 남북한 정부를 초청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총재는 이날 상오 미국을 방문중인 조승형의원을 통해 이 서한을
유엔사무국 정보조사.수집실의 구스타브 파이셀 계획담당국장에게 맡겼는데
그는 이 서한에서 남한만의 유엔단독가입은 한민족으로서는 불완전한
의사표시이며 남북간의 긴장을 강화시켜 한반도평화에 부정적인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남북한의 동시가입이 꼭 실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총재는 또 "남북한의 유엔 동시가입이 영구분단을 가져온다는 북한의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전제, 동서독, 남북예멘의 경우를 예로 든
뒤 다만 북한이 체면을 잃지 않고 유엔에 들어올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사무총장이 5대 상임이사국들을 설득하여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가입되도록 안보리명의로 남북한정부를 초청토록 해 달라고 말했다.
김총재는 "유엔의 그같은 노력을 함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유엔가입의
결단을 내리지 않을 땐 유엔은 당연히 대한민국만의 가입을 승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총재의 이같은 서한에 대해 올 가을 유엔총회 개막이전에 회원국가입
을 신청, 정회원국이 돼야겠다는 방침아래 활발한 외교활동을 전개해온
유엔대표부측은 상당히 곤혹스럽고 불쾌한 표정이다.
대표부의 한 책임자는 "정부가 총력을 기울여 올해 유엔회원국이
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이 싯점에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찬물을
끼얹는듯한 야당총재의 이번 서한은 매우 유감스럽고 불쾌한 일"이라고
분개했다.
그는 "나라안에서 여야가 서로의 이견을 다투는 일은 당연하고 있을
수 있는 일이나 밖에 나와서까지 이견이 있음을 드러내고 자신의 의견을
고집하는 것은 온당치 못한 처사"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