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국가원수로 사상 처음 일본을 공식방문한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16일 하오 2시반부터 약 3시간동안 도쿄도내 모토아카사카에 있는
영빈관에서 가이후 총리와 제1차 정상회담을 열고 양국간 관계진전에
최대 걸림돌인 북방영토 문제를 놓고 본격적인 협의를 가졌다.
이날 상오 10시반 특별기편으로 부인 라이사 여사및 공식 수행원과
함께 하네다 공항에 내린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나카야마 외상등의 영접을
받은후 전용차를 타고 영빈관에 도착, 아키히토 일왕부처와 가이후 총리등
3부 요인들이 참석한 환영행사를 마치고 황거로 아키히토 왕을 예방했다.
환영식전에서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첫대면 한 가이후 총리는 "오늘
날씨처럼 이번 회담도 원만하게 이루어지기 바란다."며 강한 기대감을
표명했고 이에대해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시종 부드러운 웃음을 지으면서
"나도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희망한다"고 대답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 부처는 이어 모터케이드의 선도를 받으며 도쿄도내
한복판에 있는 황거를 방문, 소련 최고 지도자로선 처음으로 아키히토 왕과
자리를 같이했다. 아키히토왕은 "먼길을 찾아준데 감사한다"며
아리타산 화병과 야회용 핸드 백등을, 그리고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장식용 항아리와 5점 세트 장신구를 답례로 선 물했다.
궁중예방을 마친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영빈관에 돌아와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이날 하오 2시반부터 가이후 총리와 북방영토 문제에 관해
첫번째 회담을 시작했다.
그는 일본의 첫 인상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사쿠라..."라고 몇마디
말 을 했고 옆에있던 통역이 "사쿠라의 만개에 인상을 받았다"고 얼른
거들었다. 그러나 기자들이 영토문제에 어떤 새로운 제안이 있는가고 다시
질문의 화살을 던지자 그는 고개를 살짝 돌려 중앙 테이블쪽으로 성큼
다가갔다. 이때 가이후 총리는 "지금부 터 (그 문제를 놓고)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며 딱딱해진 분위기를 누그려뜨렸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방문을 맞아 일본당국은 약2만 3천명의
경찰병력을 동 원, 엄중경계를 펴고 있으며 대통령 주변에는 2중,3중을
두꺼운 경호를 실시, 돌발사태 에 대비. 특히 이날 하네다 공항에는
승객들의 철저한 짐 검사와 함께 삼엄한 경계 망이 처졌고 비행선과
헬리콥터를 이용, 고르바초프 일행의 이동을 공중에서 엄호하기도 했다.
한편 우익단체들은 이날 "북방 4개 섬을 일괄 반환하라"는 등의
플라카드를 들고 가두데모를 전개,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히비야
공원에서 최대 규모의 집회를 연 다음 "북방영토를 돌려주지 않는한 대소
경제원조와 일.소 조약체결은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시내 중심가를
행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