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선원 24명을 태운 원양참치어선 선702호의 납치범은 남중국해
아남바스제도에 본거지를 둔 조직적인 해상강도단의 일원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해경과 선박업계에 따르면 남중국해 일대에는 아남바스제도를 비롯
나투나제도, 싱가포르 해협과 보르네오섬 근해 등을 무대로 총기와 대포
등으로 무장한 해상강도단이 동남아 해역을 운항하는 각종 선박들을
상대로 약탈과 인명살상을 일삼는등 악명을 떨치고 있다.
남중국해 일대가 해상강도단의 본거지가 되고 있는 이유는 울창한
원시림에 뒤덮인 무인도가 산재해 은신이 용이하고 무역선,어선 등 통행
선박이 많은데다 말레이지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등 인접
국가들의 해상경찰력이 제대로 미치지 않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주로 베트남, 태국, 필리핀인들로 구성된 이 현대판 해적들은
무선통신시설까지 갖춘 쾌속정에 권총과 기관총에서 심지어 대포에
이르기까지 중무장을 갖춰 이들에 의한 피해는 날로 늘고 있다.
한국선주협회에 따르면 이 일대에서 지난 한해 동안 모두 8척의
한국선박이 해상강도들에 피납된 바 있으며 지난 89년에도 2건의
어선피납사건이 발생했으나 모두 몸값을 치르고 풀려난 바 있다.
한국선주협회는 해상강도에 의한 피해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지난해에는
ISF(국제해운연맹)에 해적발생 인접국가들에 대해 각국 연안의
해상경비업무에 보다 만전을 기해주도록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 해상강도단은 정치적인 이념관철을 목적으로 하는 게릴라
조직과는 달리 금품탈취가 주목적이므로 대개의 경우 납치선박과 선원들은
몸값지불이 끝나는대로 무시히 풀려나는 것이 관례이지만 협상이 자신들의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인명살상도 서슴지 않는다는 것이 해경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지난 80년대초 `보트피플''의 베트남 탈출이 잇따를 무렵 이들
해상강도단은 난 민들의 선박을 습격, 소지품을 빼앗은 뒤 잔인하게 살해해
세계여론의 지탄을 받은 바 있으며 지난 한해동안에도 베트남 난민등
18명이 이들에 의해 살해됐었다.
해상강도단에 의한 선박 납치사건이 발생할 경우 협상경로는 통상
외교채널과 민간채널이 병용되고 있으나 선702호의 경우 이 선박이
억류중인 것으로 알려진 베트남과 한국간에 현재 외교관계가 없는데다
협상대리역으로 내세울 교민이나 현지 상사도 거의 없는 실정이어서
강도단의 일방적인 연락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다.
더욱이 이들은 납치사건이 일어난지 16일이 지나도록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전달해오지 않고 있어 선박회사 관계자들과 피납선원 가족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한편 해운업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차원에서 해상강도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는데 해경
관계자는 이와 관련 "해상강도단 출몰 다발 해역의 인접 국가들과
협조체제를 확립하고 선원들에 대한 안전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원양운항선박의 보고, 통신체제를 통해 유사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어야 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