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군의 무력탄압을 피해 터키와 이란으로 탈출하는 쿠르드
난민들의 행렬이 꼬리를 물고 있는 가운데 5일 이라크의 해외공관들에
대한 쿠드르인들의 점거.투석 시위 등이 잇달아 발생하고 이라크군의
만행을 규탄하는 항의시위가 세계 도처에서 열렸다.
특히 터키의 수도 이스탄불에서는 30여명의 쿠르드인들이 이라크
영사관을 향해 돌을 던지는 등 항의시위를 벌이다 이라크 경비병들이 쏜
총에 맞아 2명이 숨지고 1 명이 부상하는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터키 경찰은 30-40 명의 쿠르드인들이 이날 하오 1시(현지시간) 경
이스탄불 주재 이라크 영사관 앞에 모여 불을 피우고 "쿠르드인들에게
자유를 달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시위를 벌이다 영사관을 향해 돌을
던지기 시작했는데 이때 영사관 안으로부터 총성이 들리며 시위자 3명이
쓰러졌다고 전했다.
한편 체코슬로바키아의 프라하에서도 일단의 쿠르드인들이 체코 주재
이라크 대사관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이다 대사관 경비병들로부터 총격을
받았으나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런던에서는 쿠르드인 14명이 영국 주재 이라크 대사관에 난입, 약
3시간 동안 대사관 구내에서 이라크 국기를 불태우고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사진과 문서 등을 내던지는 소동을 벌이다 출동한 영국 경찰에
의해 모두 연행됐다.
독일의 본에서도 약 1백명의 쿠르드인들이 이라크 대사관에 들어가
1시간 이상 대사관 앞뜰을 점거한 채 반이라크 구호를 외치고 돌을 던져
대사관 유리창을 부수는등 농성을 벌였으나 출동한 독일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시위자들을 강제해산시켰다.
독일 경찰에 따르면 쿠르드인들은 이밖에 함부르크, 하노버,
프랑크푸르트, 뉘른베르크, 슈투트가르트 등지에서 반이라크 시위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에서는 쿠르드인들을 주축으로 한 1천5백여명의 시위자들이 이라크
당국의 쿠르드족 유혈탄압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시위자들은 지난 88년 이라크군의 독가스 사용으로 5천여명의
쿠르드인들이 사망한 하라브자 마을 사건의 사진을 들고 "쿠르드족 학살
중단", "살인마 후세인과 그 동조자인 부시는 각성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오스트리아의 빈에서는 쿠르드족 대표 15명이 이곳에 있는 유엔
사무소들 밖에서 케야르 사무총장 면담과 이라크 내 쿠르드인들에 대한
보호와 지원을 요청하는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이에 앞서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쿠르드인들은 지난 4일 부시
미대통령이 쿠르드 사태에 무관심하다고 비난하면서 미국에 대해
이라크군이 쿠르드 반군 진압에 무장 헬리콥터를 사용하는 것을 반대하고
쿠르드 반군 지도자들과 접촉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영국, 프랑스, 독일은 5일 이번 주말까지 쿠르드 난민들에게
2백여t의 긴급 구호품을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