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무원 총리 이붕은 25일 북경의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
대표대회(전인대) 제4차 대회 개막연설을 통해 앞으로 대부분의 국내
물가를 국가가 통제하지 않을것이며 시장경제의 힘이 중국경제에서 보다
큰 역할을 할것이라고 말하고 그러나 급진적 개혁조치는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붕총리는 이날 전인대 상무위원 1백47명과 각 대의원 2천6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TV로 생중계된 개막연설에서 향후 10년간의 중국경제
청사진에 초점을 맞추면서 중국의 사회주의 노선 고수를 천명하고 이를
전복시키려는 ''외국의 적대세력들'' 에게 경고한다고 말했다.
그는 3시간 가량 계속된 70매 원고의 이 연설에서 중국은 어떠한
개혁조치를 취하건 국가사회에 미치는 격심한 충격을 피하기 위해
국가와 기업 및 국민들이 이같은 개혁을 감당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중국은 앞으로 개혁을 통해 가장
중요한 문제인 경제개발등 당면한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필요가 있으나
성급한 결과를 추구하려는 경향에 대해서는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면서 지난 2년간 실시되어온 ''경제조정'' 정책이 적어도 1년간은 더
계속될 것이 라고 밝혔다.
북경주재 외교관들은 이붕이 이같은 연설내용을 통해 일단 개혁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급진적 조치추구에 대해서는 경고하고 공산주의
체제의 근간인 ''국가 소유권''의 지속을 강조함으로써 현 중국 지도부내의
개혁파와 보수파를 동시에 만족시 키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 유럽 외교관은 이붕등 중국 지도부가 당과 정부내의 개혁.보수파간
균형을 맞추려 고심중인 것으로 보이며 예상과는 달리 개혁부분에 관한
언급은 실질적 내용이 없이 ''이념의 껍데기''에 쌓여 있다고 말했으며 한
아시아 외교관도 이붕이 물가와 임금의 자유화 및 자유시장 경제의
역할강화등 자신이 약속한 개혁의 실시에 필요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수개월간 중국에서는 개혁파와 보수파들간에 개혁의 범위와
속도등을 놓고 암암리에 열띤 논쟁이 벌어져 왔는데 소식통들은 이
논쟁에서 은퇴한 최고 실력자 등소평의 지지를 받는 개혁파가 다소
득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하고 이붕의 이날연설도 지난해
12월의 경제관련 주요연설때 보다는 개혁에 관한 언급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이붕은 또 이날 연설에서 주변국가들과의 관계에 언급, 현재
주변국들과 중국의 관계는 ''최상의 상황''이라고 주장해 특히 대소관계가
크게 증진되고 있음을 시사하면서 중.소 양국간의 국경분쟁 해결과
국경배치 병력감축 협상에 긍정적인 결과들이 성취됐다고 말하고 앞으로
양국관계는 계속 발전되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는 데 내주중 소련
외무장관 알렉산드르 베스메르트니흐의 북경방문이 실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