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그룹이 자금동원능력에서 한계에 달하고 회생가능성이 불투명
해지고 있음에도 불구, 거래은행들이 이 그룹으로부터 추가담보도
확보하지 않은채 무리하게 신규대출을 해주고 있다.
한보그룹의 거래은행인 상업은행과 조흥은행은 23일 금융특혜라는
비난을 받는 가운데 한보에 42억원을 신규대출, 부도위기를 모면토록 했다.
그러나 한보그룹은 앞으로도 5백여억원에 달하는 진성어음이 결제에
돌아올 예정이어서 은행측의 추가자금지원 없이는 조만간 부도사태를 면치
못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24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보그룹이 물품대금으로 발행한 진성어음중 23일
은행에 결제가 돌아온 어음은 상업은행이 한보철강의 31억원, 조흥은행이
한보주택의 17억원 등 모두 48억원에 달했다.
한보철강은 교환에 돌려진 31억원의 어음중 3억원은 보유자금으로
결제했으며 나머지 28억원은 다른 회사로부터 받은 1개월짜리 진성어음을
상업은행에 담보조로 맡기고 이 은행으로부터 신규대출을 받았다.
또 한보주택도 17억원의 어음중 3억원은 현금으로 갚고 나머지 14억원은
오는 28일 상환하는 조건으로 조흥은행에서 무담보로 신규대출을 받았다.
조흥은행은 한보주택이 은행마감시간인 하오 1시30분까지 현금
3억원만을 준비한채 나머지 17억원은 신규대출을 요청하자 담보제공을
끈질기게 촉구했다.
한보주택은 그러나 추가로 제공할 담보가 없다면서 은마아파트의
미분양상가를 매각하겠다고 밝혀 조흥은행이 일시대출형식으로 17억원을
지원, 부도위기를 모면케 했다.
금융계 인사들은 "상업은행과 조흥은행이 이같은 방식으로 신규대출을
실시한 것은 "금융관행상 변칙적"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한보그룹의
자금동원능력이 한계에 달했으며 특별히 자구노력을 기울이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금융특혜"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보그룹의 거래은행들은 이같은 금융특혜의 의혹을 받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회생가능성이 불투명한 한보그룹을 어떻게 처리할지 상당한
고민에 빠져 있다.
한보그룹의 주거래은행인 조흥은행의 김태두전무는 "한보그룹이
드러난 것 이외에도 상당한 부동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은행측에서
실태를 조사한 결과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히고 앞으로
무작정 자금지원을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한보측이 확실한 자구노력을 통해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면 추가 자금지원을 실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한보그룹이 추가담보로 제공하겠다고 은행측에 밝힌
부동산은 정태수회장의 아들인 정보근부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시가
15-16억원짜리 고급빌라가 전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감독원의 한 관계자도 "한보그룹이 물품대금으로 발행한 진성어음이
5백여억원에 달하고 있기 때문에 한보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오는 3월초로 예정된 한보그룹의 자구의무계획서가 어떠한
내용을 담을 지는 알 수 없으나 은행의 추가자금지원 없이는 회생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결국 한보그룹은 앞으로 법정관리나 해체를 통한 제3자인수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게 금융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