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열병을 앓고 있다.
나라안이 온통 "수서" 회오리에 휘말려 있다.
정치인 관리기업인 근로자 심지어 가정주부에 이르기까지 너나 할것
없이 수서사건의 내막과 향방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그렇잖아도 불확실한 경제가 관심밖으로 밀리면서 더
쇠약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우리사회의 또다른 병적현상,
어찌보면 더욱 중대하고 고질적인 문제를 걱정하게 된다.
모종의 큰 사건 큰 일이 터질때마다 모두가 온통 그 한가지 일에 넋을
잃고 그밖의 다른 일은 깡그리 외면하는 풍조 바로 그것이다.
장차 또 어떤 예기치않은 사건이 노출되어 수서열병을 대체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에겐 이제 정신을 가다듬는 일이 무엇보다 급하고 중요하다.
언제까지고 사건에 매달려 있을 수는 없다.
수서문제를 포함한 모든 사건처리는 일단 당국에 맡겨 계속 지켜보기로
하고 우리 경제와 정치 사회를 걱정하면서 제자리를 찾도록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새해들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진 사건들로 우리사회는 지금 전진은
고사하고 작동을 멈춘듯하다.
정치권이 그렇고 행정이 마비되고 있는듯 하다.
정책도 비전도 온통 사건속에 묻혀버린 꼴이다.
국회가 산적한 일거리를 뒤로 미루고 예정을 앞당겨 폐회했는가 하면
행정부는 팔장만 끼고 있다.
국민들은 그저 불안할 따름이다.
이 사회 이나라가 과연 어디로 가는건지 몰라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
이 무기력과 불안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그러자면 먼저 여야정치인과 정부가 한시바삐 수서악몽에서 깨어나
다시 국정과 국사에 전념해야 한다.
할일이 엄청나게 많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제를 되살리는 일이다.
개혁입법도 중요하고 지방선거도 중요하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지금 우리에게 화급한 과제는 경제가 제대로 작동
하고 전진할 수 있게 만드는 일이다.
사건의 회오리속에서 불안이 증폭되고 무기력이 장기화 할수록 경제는
멍든다.
우리 경제가 지금 처하고 있는 내외환경은 어럽기 그지없다.
어떤 사건에 온정신을 무기한 빼앗기고 있을 처지가 아니다.
우리는 이상과 같은 내외의 어려운 환경을 서둘러 극복하지 않으면
안된다.
더욱 불안하고 어려워질는지 모를 앞날에 미리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불확실하고 불안하긴 하지만 결코 비관하거나 좌절할 필요는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우리는 지금껏 수없는 난관을 극복해왔다.
경제가 어려울때마다 모든 경제주체가 힘과 지혜를 모아 극복하곤 했다.
그결과 이만큼 살게 되었고 저력도 갖게 되었다.
우리경제가 여기서 주저앉는다면 그것은 결코 소련을 비롯한 공산권이
본받고자 하는 경제발전모델이 될 수 없고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다는
북한과 통일을 논할 처지가 못된다.
모두가 자신과 용기를 갖는 일이 중요하다.
희망을 갖고 전진해야 한다.
당장의 어려움에 집착하기보다 미래에 눈을 돌여야 한다.
경제에는 꽁짜도 없지만 요행을 기대해서도 안된다.
뿌린것만큼 거두고 노력한 만큼 얻는다.
근로자들은 욕구의 절제가 필요하다.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집단이기주의가 극성을 부릴때 경제는 표류하고 파멸이 있을 따름이다.
정치인과 정부를 포함해서 모두가 제할일과 분수를 되찾아 경제를 다시
전진시켜야 한다.
수서사건에 짓눌려 경제를 팽개쳐 놓지말고, 우리의 미래가 걸린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여야 정부 각 경제주체들이 다시 힘차게 뛸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