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할때가 많다.
한심하다는 것은 상식과는 너무 동떨어진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고
그런 때가 많다는 것은 우리사회가 너무 비정상적이라는 뜻이 된다.
"수서특혜"가 바로 그런 것이어서 지금 말썽을 빚고 있지만 준조세가
또다시 늘어났다는 것도 분명 한심한 일이 아닐수 없다.
정부와 여당은 89년 3월에 2백12개에 달하는 준조세중 19개만 남기고
나머지 1백93개는 페지키로 한 "기업 준조세 정리방안"을 확정했었다.
그런데 바로 그 89년에 준조세가 업체당 14억3천7백96만원이나 돼서
88년의 11억5천7백21만원보다 24.3%나 늘어났다.
그럴뿐만 아니라 정리방안에서 모금을 않기로 했던 새마을성금
체육성금 방위성금등이 실제로는 그대로 모금되고 있어 전체 기부금의
9.6%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결과를 보면 준조세 정리방안은 한낱 식언이 되어 버린
것이다.
전경련부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대기업 1백87개사 중소기업
1백25개사를 대상으로 준조세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매출액대비
준조세부담률은 86년 0.82%, 87년 0.74%, 88년 0.57%로 줄어들던
것이 89년엔 0.71%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특히 기부금증가율은 40%나 되어 정부의 공약이 거꾸로
가고 있는 인상이다.
준조세란 기업이 필수적으로 부담해야할 생산비용이나 세법상 규정된
법정세금을 제외한 비필수적 부담, 즉 기부금이나 공과금등을 말한다.
이것을 정리해야 한다는 것은 6.29선언이후 경제민주화를 이룩하는
큰 줄기로서 합의된 것이다.
재정과 금융, 정부와 민간부문이 기능분화되어 자율적으로 운영돼야
비로소 경제민주화가 이룩되는 것이다.
그런데 준조세는 이런 경계를 침범하여 기능분화를 뒤죽박죽으로
만든다.
그렇게 되면 많은 부문이 힘이 가장 센 권력에 의해 좌지우지되게
된다.
준조세는 많은 부분이 자발적으로 내는 것처럼 되어 있지만 사실은
강제성이 크다.
기업들이 어려운 판에 어떻게 그 큰 액수의 비필수적 부담을
자발적으로 낼수 있겠는가.
위세에 눌려 내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며칠전엔 권력기관을
사칭하여 백화점들에 걸프전비를 온라인으로 부치라는 사기극까지
벌어진 것이다.
81년의 경우를 보면 이런 준조세부담액이 법정조세부담액의
78.6%나 되었으니 이래가지고서 어떻게 조세법률주의라고 할수
있는지 의문이다.
준조세는 어떤 경우엔 특혜와 연결되기 쉽고, 수입/지출의
비공개성으로 부정과 낭비의 요소가 많으며, 예산제도에 배치되는등
그 폐해는 이루 다 말할수 없다.
더구나 기업들은 연구개발비가 매출액의 0.4%(88년의 경우)밖에
안된다는 점에서 볼때 준조세와 같은 돈을 그런 부문에 투입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준조세가 늘어난 것은 경제민주화의 역행이다.
민주화는 강한 의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다시 그것을
가다듬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