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부쩍 고개를 들고 있는 제조업위기론의 배경은 일차적으로
근로자들의 궂은 일/힘든일 기피현상에 연유한다.
누가 뭐래도 지난 3년사이 임금이 먹고살만큼 오른게 틀림없고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편안함을 찾아 서비스업쪽으로 몰린다.
부정못할 현실이다.
그러나 간과해선 안될 또다른 현실이 있다.
제조업설비의 노후도가 과거 10년사이 몰라보게 심화되었다는 현실이
바로 그것이다.
낡은 공장설비, 수명이 다한 기계로는 생산성을 재고할래야 한계가
있기마련이고 경쟁에 이길 재간이 없다.
더욱이 선진국/경쟁국들과 싸워 수출시장에서 승리할 수가 없다.
최근 한국은행이 공개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과 자본스톡"이란
자료에서 드러난 이같은 한국 제조업설비의 실상은 어찌보면 궂은일
힘든일을 꺼리는 근로자들의 근로의욕감퇴현상 이상으로 심각한 의미를
함축한 제조업위기의 원천이다.
지금와서 불현듯 위기가 닥친 숨은 배경인 동시에 우리 경제의 앞날을
어둡게 만다는 심각한 요인이다.
많은 내용을 담고 있지만 그가운데 특히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이 다름
아닌 제조업설비 노후도의 심화현상이었다.
노후화는 제조업설비에 국한되지 않는다.
전산업에서 예외를 찾기어렵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제조업설비가 특히 심하다.
구체적으로 이같은 자본스톡의 노후화정도를 가늠케 해주는 자산의
평균연령은 87년말 현재 전산업평균의 경우 9.2년으로 10년의 8.2년과
비교해서 꼭 1년이 더 길어졌다.
그만큼 더 낡아진 것이다.
일본은 지난 81년에 7.8년이었다.
70년의 8.1년에서 소폭이나마 개선추세를 보였다.
제조업설비의 노후화정도가 몰라보게 심각해진터에 산업활동, 특히
제조업의 생산활동과 수출을 측면에서 도와야할 사회간접자본스톡에도
문제가 있음이 한은 조사에서 드러났다.
특히 제조업활동과 관련이 깊은 도로 철도 항만등 교통기반시설에
문제가 많다.
이 기간중 사회간접자본스톡이 총체적으로 연평균 14.8% 증가했는데
반해 교통기반시설의 그것은 11.9%에 지나지 않았다.
그 결과 전체 사회간접자본에서 점하는 비중이 49%에서 38%로 크게
축소되었다.
결론적으로 사회간접자본확충과 제조업의 노후설비 대체를 위한 과감한
투자가 우리 경제의 앞날을 위해 무엇보다 절실하다는 얘기가 된다.
3년전 현실을 밝힌 한은 조사내용은 오늘날 그 정도가 더욱 심각해
졌다고 보는게 옳을 것이다.
머뭇거리거나 주저할 상황이 아니고 그럴 여유가 없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사회간접자본투자확대를
강조하자 지자제선거를 앞둔 또하나의 정치성 선심공약이란 비난도
나왔었다.
그리고 제조업의 어려움은 근로의욕/기업의욕 감퇴와 내외여건변화가
전부인양 알아왔다.
그러나 사회간접자본의 취약성은 부인못할 현실이고 제조업위기는 설비
노후화에 또다른 원인이 있음이 판명되었다.
정부는 보다 획기적인 투자와 지원으로 이를 극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