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교서나 예산교서를 총리가 국회에서 대독하는 관행의 한국정치에서는
대통령의 연두기자 회견이 큰 비중을 갖는다.
그래서 국민의 이목이 쏠리고 기대가 거기에 몰림은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러한 비중때문에 국정전단에 걸쳐 고르게 언급하지 않을수
없겠고, 그러다 보면 딱 잘라 금년의 중점 시정목표가 "이것이다"라거나
대통령의 의지와 포부가 어디에 핵심을 두었는지를 가늠하기 어려운
경우가 흔하다.
어제 아침 1시간반동안의 노태우대통령 회견도 크게 예외는 아닌성
싶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과거 전집권자들의 충격적 선언이나 "엄포성"
발언보다 차분하고 균형감각있는 노대통령 스타일의 호소가 보다
성실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질문답변에 앞선 서두말에서 "이제 새로운 약속,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기
보다 (무엇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성과를 국민들이 느낄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천명한 노대통령 자신의 자기규정에서 그러한 특색이
예정되어 있음을 읽는다.
"범죄와 폭력을 소탕하고 불법 무질서를 다스리는 일은 한치도
물러섬이 없이 일괄성있게 추진하겠다"는 사회안정 부문에서 음주
난폭운전, 불법주차 단속에까지 언급되면서도 사회윤리의 양양을 위하여
정부가 어떤 결의와 방법으로 국민을 선도하겠다는 보다더 뚜렷한 구상이
제시되지 않은 점에 어딘가 허전함을 감추기 힘들다.
그것은 근간의 국민 정신생활이 구심점을 잃어가고 있다는 중대성을
뼈아프게 인식하는데서 출발, 국민에게 화합과 희망과 의욕을 심어주는
대통령으로 부터의 역동적 목표 제시에 대한 갈증을 우리모두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중동사태 대비, 북방외교 추진, 대미/대일 관계유지, 남북교류 확대등
대외정책의 구상에서 현재이상의 어떤 묘안이 나오리라는 기대는
처음부터 무리다.
왜냐하면 그러한 외향적 진전은 내적 충실위에서 가능한 성질의
것으로서 외적확대의 새로운 시도는 새로운 경제 사회 정치발전의
내적축적을 바탕으로 해야만 준비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제도의 자율화구상은 비록 임기후 실현이라는 시간적 간격에도
불구하고 나라일을 장기 안목에서 접근하고 연구한다는 하나의
본보기로서 그 타당성여부는 논외로 하더라도 퍽 신선한 발상이라고
높이 평가코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