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전혀 새로운 형태의 국제질서를 만들고 있다.
전유럽안보협력회의가 그것이다. 전유럽안보회의체제는 기왕의 국가
또는 국가집단간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유럽을 "하나의 틀"안에 묶는다는
의미에서 세계사에서 획기적이다.
전유럽안보협력회의란 한마디로 이른바 노력균형에 입각한 국제질서를
집단안보체제로 바꾸는 것이다.
1,2차대전을 경과하면서 이 유럽의 세력균형은 세계규모에서 국제
질서의 원칙으로 발전했지만 반적을 가르고 대치하는 이 "질서"는 늘
전쟁으로 귀결되곤해서 특히 2차대전후 여기서 벗어나려는 신도가
구체화 됐다.
유엔헌장의 집단안보조항에 더해서 그것을 지역적으로 NATO니 바르샤바
조약기구니 하는 형태로 내놨지만 미소간의 냉전은 이들을 집단안보의
허울만 뒤집어 쓴 상호적대적인 군사동맹기구로 전락시켰다.
그것이 냉전이 끝남에 따라 원래의 집단안보냉전의 와해에 따라 동서
유럽의 경제도 허물어지면서 전유럽이라는 단일 문화권을 대상으로 하게
된 것이다.
국제관계에서 전통적인 세력균형의 반적관계의 시대가 가고 새로운
집단안보의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력균형시대의 국가체제와 집단안보체제
아래서의 구가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는 점이다.
말하자면 만나면 서로 편을 갈라 싸울줄밖에 모르던 사람들이 세월이
가면서 서로 협력해서 공존하는 삶의 방법을 터득해 나간다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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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유럽안보협력회의라는 정치기구와 EC통합이라는 흐름이 두 기축이
되면서 유럽은 세계사에서 전미답의 새로운 시대로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동서냉전의 와해는 곧 광범한 군사능력의 축소와 연결되면서 "근대
국가적"이 아닌 이른바 "평화국가"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역내경제통합이 영사개념을 낡은 것으로 만들고 있으며 예컨대
"유럽시민의직"은 주권에 대한 정면도전이다.
19일 파리에서 알바니아를 제외한 32개 전유럽국가와 미국 캐나다
정상이 모인 매머드국제회의의 주제는 모두 이런 흐름과 일치하고
있다.
특히 전유럽안보협력회의의 기능강화와 새로운 인권선언은 또 한걸음
나아가 종래의 국가중심사고방식에서 인류가 어떻게 벗어나게 될것인가를
가늠하는 이정표가 될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마치 분단 독일의 통일과 한반도가 대비되듯이 이런 유럽의 새로운
시대 진입과 아시아의 "정체"가 대조를 이루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미 세계의 정치 경제가 급속하게 단일화하고 있는 만큼
유럽의 이런 진보가 아시아에도 어떤 형태든 파급되어 올 것은
물론이다.
지금 세계의 역사는 냉전의 와해이래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과거 시대에서 진보와 보수란 이데올로기를 중심으로 생각하게
되는 관념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세계사의 변화를 민감하게 수용할줄 아는것이 진보이고
과거에 매달려 변화를 거부하는 쪽이 보수이다.
유럽의 엄청난 변화를 보면서 다음에 올 아시아의 변화, 한반도의
변화, 우리사회의 변화를 생각해야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