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데도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체감할 능력이 없다. 경제관료들에게
의존하지만 관료체제는 기본적으로 새로운 발상에 약하다. 변화를 수용하기
보다는 거기 저항하는 것이 습성이어서 격렬한 변화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더욱이 기묘한 것은 이미 증시가 붕락해서 자본시장으로서의 기능을
잃은지 오고 파장이 경제전반으로 퍼져 나가고 있는데 아직도
증시붕괴위기라고만 보고있다.
정확히 말해서 지금 시점은 벌써 1년4개월전부터 증시가 붕락을 시작해서
이제는 증시가 아니라 우리 경제자체가 붕괴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79년 증시대폭락과 이번 사태를 같은 눈으로 보고 있는것 같다.
당시 건설주파동은 1년여 진행되면서 1만원이상을 호가하던 주식이
액면가인 5백원이하로 떨어지는 극적인 대폭락을 보였다.
그러나 당시 우리 주식시장이 경제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한
것이어서 그 파동은 증시밖으로 크게 미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다르다. 증시규모가 그때는 GNP의 10%도 채못되었지만
89년4월 시점의 증시규모는 거의 GNP와 비슷했다.
다시 말하면 우리 경제정책당국은 증시가 79년처럼 대폭락하는 문제에
당면하고 있는것이 아니라 86년이래 갑자기 커진 증시가 붕괴하고 있는
전에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경제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금년들어서만 시가총액으로 봐서 28조가 감소했다. 연초에 비해 상장기업의
자본금이 10%이상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기관투자가와 일반투자가의 손실이
모두 30조원을 넘었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 3백억달러보다 큰 규모의 돈이 금년한해 증시에서
''강제청산''되어 비유하자면 우리경제가 86년이전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물론 그냥 되돌아간 것이 아니라 온갖 후유증을 남긴채 후퇴한 것이다.
더구나 중동사태가 초긴장상태여서 무슨 부양책을 내놓더라도 증시가
정책의지대로 움직일지가 의문인 미묘한 시점이다.
물론 증시부양책이 발표되면서 중동사태의 조기해결이 가시화한다면 1년
4개월 증시위축의 역전도 기대되지만 반대의 경우 또한번 12.12조치의
재판이 안된다는 보장이 없다.
정책당국이 무엇보다 증시가 아니라 우리 경제의 현실을 이장하게 보는데서
벗어나는 것이 선결조건인것같다.
그리고 증시를 부양한다는 논리가 아니라 증시부양을 통해서 위기국면에
처한 우리 경제위기를 수습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난번 경제팀이 밀려나면서부터 우리 경제정책은 계속 경제현상과의
싸움에서 밀리고 있다.
이번에 과감한 증시대책은 그런 열세를 만회할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은 정치상황과의 연계아래서 다루어져야 한다.
왜냐하면 증시가 이런 형편에서 정치가 나몰라라 동떨어져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