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리뷰는 6월27일 발간되는 아르떼 매거진 7월호에 게재될 예정입니다.세월의 체로 거르고 또 거른, 맑은 물 같은 음색이 흘러내렸다. 오래전 상류에서 연원하여, 바위를 돌고 폭포에서 떨어져, 이끼 낀 바위를 비껴가다 솔숲에 다다른, 검푸르러 보이며 차디찬 물이 객석으로 전해졌다. 5월 17일 부천아트센터의 ‘백건우 피아노 리사이틀’과 6월 1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의 ‘백건우와 모차르트’ 공연을 보고 떠오른 풍경이다. 클래식 음악에 초심자인 사람들 뿐 아니라 클래식 음악 감상을 이미 취미로 하고 있는 사람들도 묻곤 한다. “언제 그 수많은 작품들을 모두 다 들을 수 있냐, 무엇부터, 어떤 순서로 들어야 하냐”고. 그럴 때마다 음악사의 순서를 무시하라고 귀띔하곤 했다. 수학의 정석에서 집합만 공부하다 끝내면 속상할 거 아닌가. 좋은 방법은 또 있다. 유한한 존재인 ‘연주가’에 초점을 맞추는 거다. 좋아하는 연주가들이 해석한 작품들을 섭렵하다보면, 그리고 그 연주가가 늘어날수록 클래식 음악사 명곡 미션들을 완료하게 될 테니까. 드디어 모차르트와 마주한 백건우예를 들어 ‘전작주의자’로 불리는 백건우와 같은 연주가를 길잡이로 삼으면 좋은 결과를 얻을 듯하다. 한 작곡가를 붙잡으면 끝까지 파고드는 끈기와 정성으로 깊어져간 음악세계의 소유자인 백건우 말이다. 이럴 경우 작품이 아무리 무겁고 어렵더라도 음악적 공감에 다다를 수 있다. 음악 앞에서 자신을 최대한 낮추며 음악 안에서 진리를 추구하고 연주에 성실을 기하는 그의 자세는 한결같았다.백건우의 초기 녹음인 라벨, 리스트, 라흐마니노프, 데카에서 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