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터 전문수출업체인 주신물산이 최근 도산했다.
수출부진의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끝내 부도를 내고 만것이다.
연간 1,000만달러안팎의 수출실적을 올리며 한동안 잘 돌아가던 주신의
흔적은 지금 이땅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수백명 종업원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사무실로 전화를 돌리면 번호가
바뀌었다는 대답이 흘러나올 뿐이다.
섬유업체의 도산은 비단이 회사뿐아니다.
섭유제품수출조합의 800개 남짓되는 회원사중 66개사가 상반기중
휴/폐업 또는 전업했다.
파악되지 않은 비회원사 중소기업까지 더하면 그 숫자는 엄청나게
불어날 것이다.
** 원화절상 치명타...상반기 66사 휴폐업 **
섬유업계로서는 요즘이 아무래도 가혹한 계절인 것 같다.
가파른 원화절상은 이업계에 치명적타격을 주고있다.
수출비중이 70%를 넘는 시장구조때문이다.
원가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높다.
최근의 노사분규여파도 견디기 힘든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인도네시아 태국등 후발국은 더욱 빠른속도로 우리를 따라붙고 있다.
직물의 경우에는 전산업중 유일하게 합리화조치를 연장받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여기에다 최근 업계를 더욱 당혹하게 하는 대목이 또하나 있다.
일각에서 조심스럽게 다시 고개를 드는 "섬유산업 사양론"이 바로
그것이다.
사양론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한국의 섬유산업은 요즘 과거의 화려했던
빛을 급격히 잃어가고 있다.
몇가지 수치가 이를 뒷받침한다.
우선은 우리나라 전체산업에서의 비중이 여러모로 줄고있다.
수출은 물론이요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섬유의 생산 고용비중도 예전
같지가 않다.
이때문에 섬유에 쏠렸던 각계의 관심이 그만큼 저하되고있기도 하다.
** 수출선두 주자 바톤 87년에 전자에 넘겨줘 **
수출랭킹선두주자 자리도 이미 내주었다.
섬유는 지난 25년간 수출선두주자의 자리를 지켜왔었다.
수출을 사실상 주도해왔었다.
이선두자리를 지난 87년 사상처음으로 근소한 차이로 전자에 내어준
것이다.
지난해에는 전자와의 격차가 14억달러로 커졌다.
올해의 경우 연초에 세운 두업계의 수출목표에서부터 33억달러나 차이가
나게 짜여져 앞으로 날이 갈수록 그 격차는 벌어질 전망이다.
섬유산업의 채산성도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6.9%에서 올상반기에는 2.1%로 낮아졌다는것이 섬산연의 분석이다.
그러나 이같은 우울한 분석들에도 불구, 한국 섬유산업의 장래를 보는
업계의 시각은 사뭇 다르다.
특히 일부의 성급한 사양론에 대해서는 "무책임한 단견적 발상"이라고
지적, 반박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업계는 사양론을 부정하는 근거로 첫째 80년대초 한차례 논란을 빚은
"사양론의 결과"가 어떠했는지를 반문한다.
당시 섬유산업 사양론은 관계장관이 공식거론할정도로 폭넓게 확산됐었다.
** 섬유업종 잠재력 과소평가 못해 **
그런뒤에도 섬유산업은 기대이상의 고속성장을 지속했다.
87년에는 단일업종으로 최초의 수출 100억달러 고지에 오르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사양론자들만 무색케된 셈이었다.
둘째로 지난20년간 우리업계가 축적한 잠재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는 지금도 세계2위의 섬유쿼터 보유국이다.
140여개국 시장에도 판매거점을 갖고 있다.
이런 잠재력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으며 간단히 무너질 성질은
더구나 아니라는 것이다.
셋째로 섬유산업은 구조적으로 사양화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 기술고도화/부가가치제고노력 절실 **
박용관 성안섬유사장은 "의식주가 인간생활의 근본인만큼 세계적으로
섬유수요는 꾸준히 늘게되어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소득의 증가로 섬유 소비사이클이 빨라질것이라고 전제,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의 생산을 지향하는 우리에게 주어지는 몫이 더
커질수도 있다고 내다보았다.
이를테면 일본 서독 이탈리아등은 아직도 세계 정상급의 섬유대국으로
남아있다.
우리가 지향하는 길이 바로 저들 선진국을 따라잡는데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업계는 "우리나라 섬유산업의 비교우위론"을 들기도 한다.
다시말해 섬유야말로 우리의 기본여건이 경쟁국에 앞서있는 가장 적합한
산업이라는 설명이다.
이승주 국제염직사장은 이대목에서 우리나라가 4계절이 뚜렷하고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국민성을 지녔다는 점을 내세웠다.
또 양질의 잘 훈련된 노동력이 풍부하다는점도 후발국이 함부로 흉내낼 수
없는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섬유산업의 장래에 대한 공방에 대해 정부의 입장은 대체로 섬유의
"안정성장론"에 두어지는것 같다.
정부관계자들은 우리 섬유산업이 과거의 초고속성장기를 이미 지났다고
보고있다.
그러나 기술고도화를 통해 얼마든지 "안정적성장"의 여지는 많다는것이
한결같은 반응이다.
** 아직 전체수출액의 4분의 1 차지 **
박삼규 상공부 섬유생활국장은 "올상반기의 섬유수출 증가율 8.8%는
전체수출증가율 6.8%를 크게 앞서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금액기준으로는 아직도 우리나라 전체수출액의 4분의 1에
가깝다는 것은 섬유가 여전히 무시될 수 없는 한국의 핵심산업임을
증명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섬유산업은 이제 전환기를 맞고 있다.
다가오는 90년대의 위상이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 아무도 단언할 수는
없다.
다만 업계나 정부의 입장이 아무리 긍정적이라해도 그것은 고도화를
위한 스스로의 부단한 노력과 희생이 따를 경우를 전제로하고 있다는점은
분명한 것 같다.
섬유산업은 어디로 갈것인가.
결국 그 해답은 섬유업계 스스로 찾고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