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고래싸움에…'불기둥' 뿜은 태양광株

글로벌 무역갈등 수혜주는

옐런 "중국산에 공동대응" 언급
HD현대엔솔, 3년여만에 상한가
한화솔루션·OCI홀딩스도 강세

美의 中배터리·전기차 제재에
SK이터닉스·현대차 '어부지리'
미국과 중국 간 ‘관세 전쟁’이 유럽 지역으로 확전할 조짐을 보이면서 관련주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그동안 중국발 공급 과잉에 시달리던 한국과 미국의 태양광 업체, 에너지저장장치(ESS) 관련 업체들은 주가가 뛴 반면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잃을 처지에 놓인 유럽 자동차 업체들은 주가가 꺾였다.

○美-EU의 ‘反中 동맹’, 태양광株 ‘쑥’

23일 HD현대에너지솔루션은 가격 제한폭(29.98%)까지 오른 3만16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회사가 상한가를 기록한 것은 2020년 9월 4일 이후 약 3년8개월 만이다. 이날 한화솔루션 역시 11.98% 급등하며 장을 마쳤다.

미국이 유럽연합(EU)에 중국산 저가 수출품에 대한 공동 대응을 촉구한 영향으로 보인다. EU는 태양광 패널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는데 대부분 값싼 중국산을 사용하고 있다. 재닛 옐런 미 국무장관은 지난 21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금융경영대학원 연설에서 “중국 산업 정책에 단합된 방식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세계 기업들의 생존이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중국 태양광 업체를 겨냥한 것이다.

앞서 미국 정부는 14일 중국의 불공정 무역에 대응해 관세율을 높인다고 발표했다. 배터리 및 소재·부품(7.5%→ 25%), 전기차(25%→100%), 태양광 셀(25%→50%)을 비롯해 의료용품과 반도체 품목의 관세율을 크게 올렸다. EU집행위원회는 중국산 태양광 패널과 전기차에 대해 불공정 보조금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전기차는 7월 초 예비 조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미국과 유럽이 중국산 수출품에 공동 대응하면서 관련주 주가는 요동치고 있다. 최근 1개월 사이 한화솔루션은 31.3%, OCI홀딩스는 7.1%가량 상승했다. ESS 관련주도 중국산 배터리 제재의 수혜주로 떠올랐다. SK이터닉스는 한 달간 22.4%, 서진시스템은 31.4% 올랐다. 현대자동차 역시 중국 전기차 제재로 ‘어부지리’를 얻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날 주가가 9.4% 뛰었다.

박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 미국 내 중국산 재고가 소진되고 가격 경쟁이 둔화한다면 국내 태양광 업체들의 실적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ESS에 들어가는 중국산 배터리에 관세가 부과되면 한국 배터리 업체가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종목도 관세 전쟁에 급등락

해외 증시도 미·중 무역전쟁으로 들썩이고 있다. 대표적인 미국 태양광 업체 퍼스트솔라와 선런은 전날 각각 18.6%, 7.9% 올랐다. 최근 한 달 기준으로 보면 39.7%, 25.8% 뛰었다. 의료장비 업체인 엠벡타와 톱글러브도 같은 기간 24.7%, 42.3% 상승했다. 엠벡타는 인슐린 주사기 같은 당뇨 전문 의료기기를 제조하는 업체, 톱글러브는 수술용 장갑을 제조하는 회사다.반면 유럽 자동차 업체들은 중국 당국의 반격에 불똥을 맞고 있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는 14일 이후 전날까지 9.7%, 5.2%가량 하락했다. 중국이 전기차 관세 인상에 대한 보복 조치로 미국·유럽산 대형 수입차에 최대 25%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시장에서 글로벌 완성차업체는 중국 로컬 전기차에 밀려 판매가 줄고 있다”며 “반면 현대차와 기아는 중국 판매 비중이 적은 만큼 미·중 갈등의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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