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 공사비에…서울, 녹지 확보 '비상'

경부·동부간선 등 지하화
녹지 확충 목표 세웠지만
자재값 급등에 비용 급상승

행정절차도 예정보다 늦어져
공원용 사유지 매입도 난항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후 중랑천 일대 상부 공간에 녹지를 조성한 조감도. 서울시는 민자 도로와 시 재정 투입 도로를 건설한 뒤 하천 주변 공원화 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건설 제공
녹지를 대폭 확보해 ‘정원도시’로 만들겠다는 서울시 구상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새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도로 지하화 사업이 급등한 공사비로 지연되고 있는 데다 녹지를 조성하기로 한 민간 소유 부지 확보마저 껑충 뛴 보상비에 막혀 제자리걸음이다.

급등한 공사비·땅값에 난감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시행한 경부간선도로 지하화 타당성 용역에서 시내 구간인 양재~반포 사업비가 기존 예상 공사비보다 3000억원(25%) 오른 1조5000억원으로 잠정 추산됐다.

최근 원자재값이 급등하고 시공 구역이 예상보다 넓어진 것이 비용 증가의 핵심 요인이라고 서울시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구간을 한남IC까지 늘리는 안도 검토 중이어서 공사비 추가 증액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021년부터 도시 입체 개발과 녹지 확충을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해 “서울을 어디서든 정원을 만날 수 있는 정원도시로 전환하겠다”며 ‘정원도시 서울’ 구상을 선언하기도 했다.서울의 1인당 공원 면적은 17.9㎡로 런던(24.1㎡)보단 작지만 파리(10.4㎡), 뉴욕(10.3㎡)보다 크다. 그러나 서울의 공원에선 미개발지나 도심 내 산인 자연공원·도시자연공원 비중이 60%가 넘고, 공원 등 녹지는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서울시는 도로나 철도 인프라를 지하화해 지상의 땅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녹지 확보를 위해 중요한 사업이 경부간선도로 지하화다. 서울시는 도로를 지하화한 뒤 남은 상부를 녹지·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하고 7㎞ 규모의 선형공원을 만드는 구상을 밝혔다. 오 시장은 당시 “도심 속 허파와 같은 녹지공간은 시민들의 건강한 삶과 풍요로운 생활의 핵심”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올 상반기 타당성 조사를 마무리한 뒤 기본 및 실시설계에 착수할 계획이었으나 하반기로 일정이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정부와 서울시는 동부간선도로와 강북강변도로(강변북로) 지하화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 사업 역시 초반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강변북로는 지난해 3월 들어간 타당성 조사 용역이 올해 마무리될 예정이나 공사비가 당초 예상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동부간선도로 프로젝트는 1단계 구간(영동대교 남단~성북구 석관동 10.4㎞) 하반기 착공이 예정돼 있다.

공원 사유지 보상도 난항

사유지를 매입해 녹지를 확보하는 방안도 쉽지 않다. 서울 중심부에 초고층 건물과 축구장 7개 크기의 공원을 조성하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세운지구) 개발 사업이 대표적 사례다. 서울시가 우선 매수를 검토하고 녹지로 만든다는 구상이지만, 상인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보상에 필요한 재원도 최소 ‘조 단위’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최근 5년여간 서울시 공시지가가 많이 올라 토지 수용에 드는 비용이 크게 높아졌다”고 설명했다.서울시는 2023년 ‘도시자연공원구역’ 내 사유지 매입 대상지를 공개 모집하고 협의매수 방식으로 매입을 추진해 약 33만㎡를 사들인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도시공원지역 안에 있는 사유지는 토지주와의 협의를 거쳐 매입해야 해 절차가 더욱 까다롭다.

서울시 관계자는 “90% 가까이 협의 매수를 진행했으나 서울시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절차 때문에 일부 예산을 올해로 이월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녹지 확충은 도시 생활의 질 향상을 위해 꼭 필요하다”며 “사업 일정이 너무 지연되지 않도록 일정과 재정을 잘 관리하면서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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