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 냈는데 1000억 더…상생금융에 속끓는 금융권

출연요율 올린 '서민금융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출연금 추가 인상 부담 커져
비용 오른만큼 가산금리 뛰면
결국 소비자에 전가될 가능성

정부 지출은 오히려 200억 감소
금융권 "재정 투입해야 할 일에
툭 하면 민간회사 팔만 비틀어"
금융회사의 서민 지원용 정책금융상품 출연금이 또 늘어난다. 저소득·저신용자 등 서민금융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다. 올 들어 3조원에 육박하는 상생금융 방안을 추진 중인 금융사들은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야 할 일에 툭 하면 금융권 팔만 비트는 것 아니냐”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본지 5월 17일자 A10면 참조

차등출연금 요율 합리화

금융위원회는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에 대한 금융사 출연 요율을 올리는 서민금융법 시행령 개정안을 21일부터 7월 1일까지 입법 예고한다고 20일 발표했다. 개정안은 금융사가 가계대출 금액에 따라 서금원에 출연하는 ‘공통출연금’ 요율을 현행 가계대출액의 0.03%에서 은행은 0.035%, 보험·상호금융·여신전문·저축은행 등은 0.45%로 올려 내년 말까지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은행권은 상생금융 방안으로 서금원에 2214억원을 별도로 기부할 예정이어서 2금융권보다 요율이 낮게 매겨졌다. 시행령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정책서민금융상품을 적극적으로 취급하는 금융사는 신용보증금액에 따른 ‘차등출연금’을 내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감액한다. 현행 차등출연금 요율은 금융사 정책서민금융 대출에 대한 서금원 보증액의 0.5~1.5%다.

이 요율은 금융사 서민금융 대출에서 부실이 발생하면 올라간다. 정책서민금융상품을 많이 취급할수록 출연금 부담이 커져 금융사들이 취급 자체를 꺼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개정안은 금융사의 정책서민금융 공급 실적에 따라 우수 금융사의 차등출연 요율을 0.5%포인트 낮추기로 했다.현재 금융사들은 월간 가계대출 평균 잔액 등을 기준으로 매달 출연금을 내고 있다. 금융위는 공통출연 요율 인상과 차등출연 요율 인하에 따라 금융사가 내년 말까지 서금원에 추가로 출연하는 규모는 1039억원일 것으로 추정했다.

비용 상승분 소비자에게 전가되나

금융위는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서민 등 취약계층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서민금융 지원에 추가적인 재원 확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연간 서민금융상품 공급액은 2021년 8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10조7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정부는 지난해 금융사 출연금과 정부 재정 등을 활용해 8000억원가량 재원을 확보해 이 같은 공급액을 달성했다.

정책서민금융상품의 기본 성격은 대출이다. 공짜 복지 지원금과는 성격이 다르다. 은행과 저축은행 등이 각 상품 조건에 맞춰 대출해주고 서금원이 보증을 서는 게 일반적 형태다. 연체 등 부실이 상당수 발생하기 때문에 지원 규모를 유지하려면 매년 신규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금융권에서는 서민금융 지원 확대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상생금융 외에 추가 비용을 내야 하는 부분에 부담을 토로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용 증가 부담이 향후 일반 대출 가산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해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은 올 들어 은행권 2조1000억원, 저축은행 등 중소금융권 3000억원, 카드·캐피털업계 2200억원 등의 상생 방안을 시행 중이다. 은행권은 서금원에 2022~2024년 총 1500억원의 별도 기부도 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불황 장기화로 위기에 몰린 소상공인들의 연쇄 부도를 막을 수 있다면 출연 요율 상향의 의미가 있다”면서도 “정부 차원의 재정 지원을 병행해야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사 출연액은 2021년 2100억원에서 지난해 2700억원으로 늘었지만, 재정 투입은 2600억원에서 240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이 같은 지적에 금융위는 재정당국과 재정 확보 방안을 협의할 계획이다. 서민금융상품 이용자가 내는 비용인 보증료율(대출액의 1~2%)을 높여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강현우/정의진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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