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핀란드도 추락했다…"日과 같은 처지라니" 초비상 [김일규의 재팬워치]

육아 지원 선진국도 저출산 가속화
핀란드 출산율 1.26명, 프랑스 1.68명
"가치관 다양화, 경제적 불확실성 커진 탓"
"결혼하고, 아이 낳기 좋은 환경 조성해야"
‘육아 지원’ 선진국으로 꼽히는 유럽에서 저출산이 다시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핀란드(1.26명)와 프랑스(1.68명)의 출산율은 각각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핀란드는 일본(2022년 1.26명)과 같은 처지가 됐다. 가치관의 다양화, 사회·경제적 불확실성이 확산한 탓이라는 분석이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핀란드의 2023년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1.26명(속보치)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0.06명 하락해 2년 연속 최저치를 경신했다.핀란드는 임신 초기부터 부모와 아이를 꼼꼼하게 돌봐주는 ‘네우볼라’ 등 육아 지원이 잘돼있는 나라로 유명하다. 유엔 ‘세계행복보고서(WHR)’에서 올해까지 7년 연속 ‘가장 행복한 나라’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출산율은 최근 최고치였던 2010년(1.87명)의 3분의 2 수준까지 떨어졌다.

프랑스에서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2023년은 전년 대비 0.11명 하락한 1.68명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프랑스는 1990년대 초반까지 출산율이 계속 낮아지다가 육아 지원 확대와 근로시간 단축, 남성의 육아 참여 촉진 등으로 2010년 2.03명까지 회복했다. 그러나 2011년 이후로는 코로나 영향이 있었던 2021년을 제외하고는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왔는데도 출산율이 낮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리카 야로바라 핀란드 투르크대 교수는 “핀란드에서는 여러 가지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아이를 전혀 낳지 않는 사람이 늘고 있으며, 가족 수당을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카트린 스콜네 프랑스 엑스-마르세유대 부교수는 “지구 온난화, 높은 인플레이션 등 경제적 불확실성이 아이를 낳지 않거나 적게 낳고 싶어 하게 한다”고 말했다. 부모가 되지 않아도 긍정적이고 충실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가치관의 확산도 배경으로 작용한다.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핀란드는 출산율 장기 목표를 1.8명으로 설정한 인구정책 가이드라인을 2021년 발표했다. 프랑스는 총 6개월의 출산휴가를 쓰면 최대 3세까지 육아휴직은 짧아지지만, 혜택은 대폭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스콜네 부교수는 “여성의 취업을 더욱 지원해 가정과 일의 균형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선진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미국은 2023년 출산율이 1.62명으로, 195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저출산은 동아시아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일본은 지난해 출생아 수가 전년 대비 5.1% 감소한 75만8631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일본종합연구소는 지난해 출산율을 1.20명 정도로 추산한다. 한국은 지난해 출산율이 0.72명으로 최저치를 기록했고, 2025년에는 0.65명으로 떨어질 것으로 추산된다.일본은 2023년 혼인 건수가 5.9% 감소했다. 결혼은 출산과 밀접하게 연관된 만큼 출산 감소는 피할 수 없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유럽처럼 결혼하지 않아도 아이 낳기 좋은 환경을 만들면 된다는 시각도 있지만,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모테기 료헤이 스페인 폼페우 파브라대 연구원은 “유럽 11개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은 커플이 이후 결혼해 자녀를 양육하는 비율이 60%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육아에 있어서 결혼은 여전히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의 저출산 문제는 결혼과 출산을 원해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모테기 연구원은 “결혼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아이를 낳고 싶은 사람이 원하는 만큼 자녀를 가질 수 있도록 돕는 투 트랙 정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