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허리띠 졸라매되, 약자복지 두텁게할 것"

국가재정전략회의 주재

기초연금 등 서민복지 확대 주문
내년 예산 지출 증가율 4%대로

건전재정 기조 유지는 재확인
"정부 할일 태산인데 재원 한정
빚만 물려받은 소년가장 심정"

GDP 대비 부채비율 50%대 관리
< 국가유산청 출범 >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열린 국가유산청 출범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출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지난 2월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문화재청의 이름이 이날 국가유산청으로 바뀌고 ‘문화재’라는 용어는 62년 만에 ‘국가유산’으로 변경됐다. 김범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정부 재정 기조의 부분적 전환을 시사했다.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기존과 비교해 더 민생 친화적으로 예산을 편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비효율적 예산 사용을 과감히 줄이고 필요한 곳에는 제대로 쓰자고 주문했다. 정부는 올해 2.8%였던 예산 지출 증가율을 내년에는 4%대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민생과 서민, 약자, 청년 등을 강조했다. 지난해 6월 열린 같은 회의에서 “선거(4·10 총선)에서 지더라도 나라를 위해 건전재정, 재정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과 비교하면 뉘앙스가 달라졌다. 이날 회의에서는 “약자 복지 정책을 업그레이드해 더 촘촘하고 두텁게 만들어야 한다”며 “어르신을 비롯한 취약계층에는 기초연금, 생계급여를 계속 늘려 생활의 짐을 덜어드려야 한다”고 말했다.윤 대통령은 또 “아쉽게 경쟁에 뒤처진 분들이 다시 일어나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방안을 찾길 바란다”며 “부모의 형편이 어려운 학생도 마음껏 공부할 수 있도록 장학금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건전재정 기조는 유지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우리 정부의 재정 운용은 건전재정 기조를 정착하고, 민간 주도의 시장경제를 복원하는 데 중점을 둬왔다”며 “돌이켜보면 매우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정부 재정을 살펴보면 빚만 잔뜩 물려받은 소년가장과 같이 답답한 심정”이라며 전임 문재인 정부의 확장 재정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할 일이 태산이지만 재원은 한정돼 있어 마음껏 돈 쓰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2024~2028년 중기계획 기간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을 50% 초중반 수준에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윤 대통령은 다만 건전재정이 무조건 지출을 줄이자는 뜻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비효율적인 부분은 과감하게 줄이고, 필요한 곳에는 제대로 써서 재정 지출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저출생 극복을 위한 예산과 관련해서도 “370조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출산율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며 “재정사업 구조를 전면 재검토해 전달 체계와 집행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를 위해 “각 부처는 부처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성과가 낮거나 비효율적인 예산을 과감하게 구조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윤 대통령은 지난달 총선 이후 경제정책 기조를 민생 친화적으로 바꾸고 있다. 지난 14일 민생토론회에서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을 제정하겠다”고 약속한 게 대표적이다. 이날도 “공정한 노동시장을 만드는 데 더 노력해야 한다”며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안, 노동법원 설치가 조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챙겨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도병욱/강경민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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