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 검색시대 '끝' 말 잘 듣는 AI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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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에이전트' 상용화 눈앞네이버의 인공지능(AI) 챗봇 ‘클로바X’에서 ‘이번주 토요일 강화도에서 성인 2명과 아이 1명에게 어울리는 10만원 이하 숙소’라고 입력하면 키즈 펜션, 글램핑장 등 적당한 숙소 정보가 나온다. 주변에 물어보거나 검색해 적합한 제품이나 숙소를 찾고, 그 정보가 정확한지 확인할 필요도 없다. 함께 제공된 사이트 정보에 접속해 결제까지 바로 할 수 있다. 앞으로는 포털 사이트의 검색창이라는 중간 단계도 건너뛸 수 있게 된다. 말만 하면 맥락까지 이해하는 AI가 속속 등장하고 있어서다.
데이터 쌓은 AI 개인비서가
플랫폼·포털 돌며 정보 검색
쿠팡·배달의민족·야놀자 등
선택 못받을땐 설자리 잃어
○개인 전문 비서를 곁에 두는 미래
16일 업계에 따르면 오픈AI는 지난 13일 사람처럼 보고 듣고 말하는 새로운 AI 모델 ‘GPT-4o’를 공개했다. 다음날 구글도 비슷한 성능의 ‘프로젝트 아스트라’를 선보였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오랫동안 일상생활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 범용 AI 에이전트를 개발하고 싶었다”며 “휴대폰이나 안경과 같은 폼팩터(기기 형태)를 통해 전문 비서를 곁에 둘 수 있는 미래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업계에서는 듣는 귀와 말하는 입을 갖게 된 ‘AI 에이전트’가 텍스트 검색을 대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금까지는 이용자가 인터넷에서 장시간 정보를 검색하고 관련 사이트를 찾아 업무를 처리해야 했다. 네이버의 블로그, 카페 등에서 여행 정보를 얻고 야놀자에서 날짜와 비용을 따져 예약하는 식이었다. AI 에이전트의 시대엔 검색과 실행 주체가 AI로 바뀐다.
글로벌 인터넷 검색 서비스 시장에서는 이미 AI 챗봇의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구글의 글로벌 검색엔진 점유율은 지난달 90.91%로 작년 1월(92.90%) 이후 하락세가 뚜렷하다. 2022년 11월 챗GPT가 나왔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MS) 검색엔진 빙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챗GPT를 적용한 지난해 5월 2.77%에서 올해 4월 3.64%로 높아졌다.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지난 2월 AI 에이전트 등의 영향으로 2026년까지 구글 등 인터넷 검색엔진 사용량이 2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앨런 앤틴 가트너 부사장은 “생성형 AI 솔루션이 기존 검색엔진을 대체하고 있어 기업은 마케팅 전략을 다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기 맞은 플랫폼 기업들
구글은 최근 ‘연례 개발자 회의(I/O)’에서 사용자가 카메라로 신발을 보여주고 반품하고 싶다고 말하자 AI가 신발 구입 정보를 찾아내 반품 업무를 처리하는 장면을 시연했다. 벌써 업계에선 AI 에이전트 시대의 최대 피해자는 쿠팡과 배달의민족, 야놀자 등 버티컬(특정 분야) 플랫폼 기업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용자가 별도로 요청하지 않을 경우 AI 에이전트가 임의로 거래 업체를 정하기 때문이다. 빅테크 AI의 간택을 받지 못하면 비즈니스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얘기다.김지현 SK경영경제연구소 부사장은 “기존 버티컬 플랫폼은 일종의 ‘서브 AI 에이전트’가 될 것”이라며 “마스터 AI 에이전트도 무시할 수 없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갖추거나 AI 에이전트에 별도의 비용을 치르는 업체만 살아남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마스터 AI 에이전트 자리를 둘러싼 빅테크 간 전쟁이 어떻게 결론 날지도 관심사다. 우선 바탕 기술인 AI 파운데이션 모델이 뛰어나야 한다. 지금은 최근 최신 AI 모델을 공개한 오픈AI가 이 분야에서 초격차로 앞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처리 가능 업무 확대도 필수다. 최근 오픈AI는 GPT스토어를 무료로 공개해 챗GPT 연계 서비스 확장을 노리고 있다. 네이버도 지난해 말부터 클로바X의 GPT스토어 기능과 비슷한 ‘스킬’에 쏘카, 컬리, 원티드, 트리플 등을 잇따라 연동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어떤 AI 에이전트를 고를지도 업계 판도를 바꾸는 변수가 될 수 있다. 애플은 다음달 생성형 AI를 적용한 음성 비서 ‘시리’를 내놓는다. 여기에 오픈AI의 GPT-4o를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AI 에이전트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곳인 스마트폰이 전쟁터가 될 것”이라며 “고객 저변을 넓히기 위해서는 폰 제조사를 우군으로 둬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