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金사과' 2탄 막아라…'김플레이션'에 사상 초유의 대책

정부, '김 사재기' 현장점검에 비축도 검토

"지금보다 재고 적을 때도 가격 낮았는데…"
'김플레이션' 미스터리

해수부·해경·공정위, 김 유통구조 점검
양식업종 최초로 김 '비축'도 검토
육지에서 ‘금(金) 사과’ 사태가 진정되지 않은 가운데 바다에서 김 가격마저 고공 행진하자 물가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경제 검찰’인 공정거래위원회를 동원해 김 사재기 단속에 나서는 동시에 양식업종 중 최초로 김을 비축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김 수출이 증가하면서 국내 재고가 부족해지자 가격이 치솟은 것으로 보고 있지만, 업계에선 “재고가 지금보다 더 부족할 때도 가격이 이 정도로 높진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시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지난달 23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김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재고 부족' 진단에...김 유통업체 현장 점검

15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공정위와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은 지난 13일부터 김 유통시장에 대한 합동 현장 점검에 나섰다. 정부는 일주일에 한 번씩 김 유통업체를 찾아 사재기 여부를 단속하고, 업체가 보유한 김 재고량을 파악할 예정이다.

정부가 합동 점검에 나설 정도로 팔을 걷어붙인 것은 김 가격이 전례 없이 치솟아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김밥용 김' 1속(100장)당 도매가격은 1만89원으로, 전년 동월(5603원) 대비 80.1% 급등했다. 김 도매가격이 1만원을 넘어선 것은 2004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처음이다. KMI는 김이 본격적으로 생산되기 직전인 오는 10월엔 김 도매가격이 1만875원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진단한 ‘'김플레이션'’의 원인은 수출 증가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수산물 수출정보 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김 수출 물량은 3544.6으로 전년(3047.0) 대비 16.3% 증가했다. 수출 물량이 늘면서 내수용 물량이 줄자 가격이 덩달아 뛰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지난 10일 “김 수출 물량을 내수로 전환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하지만 이 같은 진단은 석연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무리 수출이 늘었더라도 여전히 재고가 충분한데다 국내 소비는 되려 줄고 있어서다.




물량확보 경쟁 과열됐나...정부, 김 비축까지 검토

우선 국내 김 소비량이 줄어드는 추세다. 해수부가 발표한 ‘2022년 수산물 생산 및 유통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 국민 1인당 연간 해조류 소비량은 2019년 28.1㎏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2년 25.7㎏으로 감소했다. 게다가 올해 1~4월 김 수출량(3735만속)이 전년 동월 대비 2.5% 증가하는 동안 김 생산 철인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김 생산량은 1억4386만속으로 전년 대비 6.1% 증가했다. 국내 소비는 점차 줄고, 생산이 수출보다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가격이 작년보다 두 배 가까이 뛴 셈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지금보다 김 재고가 적었던 적이 과거 여러 차례 있었지만, 올해처럼 가격이 높진 않았다”고 했다.일각에선 재고 부족에 대비해 김 물량을 미리 확보하려는 업체들 사이에서 과열 경쟁이 벌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사과 대란’ 이슈가 확대되면서 유통업체들의 물량 확보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졌다”고 전했다. 김 수출단가가 오르면서 국내 가격도 덩달아 뛰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김 1㎏당 수출단가는 2022년 21.3달러에서 지난해 22.4달러, 올해 1분기 24.5달러로 꾸준히 오르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 '김플레이션' 현상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김을 직접 ‘비축’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수산물 가운데 오징어와 고등어, 명태, 갈치, 조기(굴비), 마른 멸치 등 대중성 어종 6종과 천일염 등을 비축하고 있지만, 김처럼 양식이 가능한 수산물은 비축하지 않았다.

정부 내에선 오는 7월 개발되는 2700㏊ 규모의 신규 양식장에서 생산되는 물량을 비축하는 방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양식장에서 생산되는 물량은 연간 580만속으로 예상된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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