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이 해주는 일 알면 '깜놀'… 외모 탓에 너무 저평가 됐어 [서평]


곤충을 좋아하면 집게벌레에서 모성애도 느낀다

김태우 지음
한국경제신문
320쪽|1만8000원
Getty Images Bank
신간 <세상에 사라져야 할 곤충은 없어>는 곤충에 대한 ‘찐한 사랑’이 담긴 책이다. 저자는 ‘최애 곤충’인 풀무치를 초등학교 6학년 여름방학 때 부산 할머니 집 뒤 야산에서 처음 만났다. “세상에 저렇게 큰 메뚜기가 있다니!” 코앞에서 땅을 박차고 도망가는 모습이 새가 날아가는 것 같아 금방 매료되고 말았다.

중학교 2학년 땐 집게벌레를 첫 반려곤충으로 키웠다. 사실 집 안을 샅샅이 뒤져 온갖 벌레를 한 유리병에 집어넣었는데, 그중 강한 생명력으로 끝까지 버티며 생존력을 보여준 것이 집게벌레였다. 그는 “집게벌레는 인공적 공간에서 알도 낳고 애벌레까지 길러 내 곤충의 모성애를 깨닫게 해 주었다”고 했다. 아이는 커서 열혈 곤충학자가 됐다. 지금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에서 환경연구관으로 일하고 있는 김태우 박사다. 책은 어린 시절 만난 곤충 이야기,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잘못 알려진 곤충에 대한 정보, 곤충학자의 일상 등을 친절하고 유쾌하게 들려준다.
사람들이 곤충을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외모’다. 강아지, 고양이처럼 부드러운 털을 가진 포유류와 달리 곤충은 단단한 외골격을 갖고 있다. 이 외골격은 수분 증발을 막고, 외부 충격을 막아주는 가볍고 튼튼한 소재지만 사람들의 호감을 이끌어내기엔 역부족이다.

하지만 곤충은 우리 생태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동식물을 먹고 사체를 분해해 토양을 비옥하게 한다. 새나 개구리 등 더 큰 동물의 먹이가 되기도 하고, 꽃가루받이를 도와 생물다양성 증진에 이바지한다. 곤충을 좋아하는 곤충 동호인들은 야간 등화 채집, 즉 어두운 밤에 인공조명을 밝혀 곤충을 유인해 설치한 흰색 천막에 내려온 곤충을 관찰하는 것을 즐긴다. 이를 ‘곤멍’이라 부른다. 불을 바라보며 힐링하는 ‘불멍’에서 따왔다.

다양한 곤충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 책은 곤멍을 대리 경험하게 해준다. 책을 읽고나면 징그럽게만 생각했던 곤충이 달리 보일지 모른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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