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했다 실패해도 괜찮다…종이접기 망쳐도 큰일 안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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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집 낸 '영원한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 씨

사업 실패한 30대에 종이조형 도전
화장실에까지 색종이 두며 노력

"지구 빌려쓰는 80년간 포기말길"
“퇴사하고 시작하려던 사업이 그야말로 폭삭 망했습니다. 눈앞이 깜깜했을 때, 가로·세로 15㎝ 색종이를 우연히 만나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기회는 운명처럼 오니 포기하지 말고 도전하라는 말을 꼭 하고 싶습니다.”

종이접기 교육의 선구자인 김영만 종이문화재단 평생교육원장(사진)은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자)에 ‘영원한 종이접기 아저씨’다. 첫 에세이집 <코딱지 대장 김영만>을 낸 그는 지난달 2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구를 빌려 쓰는 80년 동안 도전하고 용기를 내라”고 했다.김 원장은 에세이집에서 청소년기에 겪은 가난, 사업 실패와 도전으로 일군 화려한 성공, 이어 찾아온 우울증을 담담하게 털어놨다. 학비도 내기 힘들었던 고등학생 시절을 지나 대기업 광고선전 담당으로 취업했지만, 30대 초반에 퇴사하고 광고 기획사 창업에 도전했다. 그러나 투자자가 약속한 종잣돈을 대지 못하면서 개업도 해보지 못하고 ‘백수’가 됐다. 자녀를 둔 가장이라 인생에서 가장 암담한 시기였다고 했다.

하지만 운명적인 기회도 이때 왔다. 일본에 거주하는 친구 집에서 신세를 지던 중 우연히 친구의 딸을 현지 유치원에 데려다줬다가 종이접기를 접했다. 당시 한국에는 생소한 문화였다. 종이 한 장이 손끝에서 학이 돼 날개를 활짝 펴는 모습에 푹 빠져들었고, 종일 접고 오리고 풀칠했다. 무료로 종이조형(종이 등을 이용해 여러 형태를 만드는 것) 교육을 해준다는 제안을 수없이 거절당하며 수년간 수입이 없어 고전하던 중 실력이 입소문을 타면서 일거리가 늘었다. 방송에도 출연하게 되면서 어린이들의 대통령이 됐다.

그는 “어린이가 색종이를 잘못 접었다고 큰일 안 나듯 청장년도 좀 틀려도 된다”며 “도전했다가 실패하면 공부하고, 성공하면 더 열심히 하면 된다”고 했다. 또 “퇴사하고 밥벌이를 할 수 있을 만큼 좋아하는 취미를 찾으라”고 조언했다.많은 사람이 도전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만, 사실은 그 이후가 더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1988년 공중파 방송의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에 종이접기 선생님으로 처음 출연한 뒤 명성을 얻었지만 그만큼 피나는 노력도 있었다. 그는 “차, 침대, 식탁, 화장실 변기 물통 뚜껑 위에까지 색종이와 가위, 풀을 두고 연구했다”며 “우울증도 겪었다”고 했다.

김 원장의 종이조형을 보고 자란 세대 중 상당수는 이제 부모다. 그들에게는 “아이가 좋아하는 게임 등을 배워서 더 잘하는 부모가 되면 아이가 따르기 마련”이라고 조언했다. 우리 사회의 저출생이 안타깝다며 “결혼하지 않는 게 편한 사회가 된 듯하지만, 그래도 결혼과 출산을 권하고 있다”고 했다. 노키즈존에 대해서는 “모두가 태어날 때부터 어른이 아니었으니 아이들에게 관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이고운/사진=임대철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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