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의 경고 "AI는 핵무기…그 힘이 두렵다"

美 벅셔해서웨이 주총 가다

"램프에 요정 다시 넣을 방법 없어"
예측 불가능한 AI에 우려 표시

역대 최대 257조원 현금 보유
"마음에 드는 투자처 아직 못찾아"
< “내 후계자, 에이블” > 4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벅셔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서 워런 버핏 회장(왼쪽)이 그레그 에이블 부회장과 함께 주주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그는 자신의 뒤를 이을 벅셔해서웨이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에이블 부회장을 공식 지명했다. CNBC 캡처
4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만난 로라 그레이 씨(69). 그는 “이곳에 오기 위해 1년 전에 호텔을 예약했다”고 말했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벅셔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벅셔해서웨이 주총에는 버핏의 투자 철학과 생각을 들으려는 투자자가 매년 몰려든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우천 속에서도 행사장인 오마하CHI헬스센터는 4만 명가량의 인파로 가득 찼다.

올해는 93세인 버핏의 ‘홀로서기’ 주총이어서 더욱 주목받았다. 60여 년간 그의 오른팔 역할을 해온 찰리 멍거 전 벅셔해서웨이 부회장이 지난해 11월 99세로 별세한 뒤 버핏이 어떤 화두를 꺼낼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날 주총은 멍거를 회상하는 30분짜리 영상으로 시작했다. 버핏은 “지난 수십 년간 돈 관리를 하는 데 세상에서 찰리보다 대화하기 좋은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가 옆에 있던 그레그 에이블 부회장을 돌아보며 실수로 ‘찰리’라고 부르자 군중은 위로의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버핏은 주주들에게 그의 후계자가 에이블 부회장이 될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정말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그레그가 이 자리에 설 때도 애플,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코카콜라를 소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버핏은 올해 주식시장을 이끈 인공지능(AI)의 명암도 거론했다. 그는 “AI는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잠재력과 해를 끼칠 수 있는 위험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며 “내가 사기에 투자하는 데 관심이 있었다면 이것은 역대급 성장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핵무기를 ‘지니’(알라딘 요술 램프의 요정)에 비유한 뒤 “AI는 핵무기와 마찬가지로 우리를 두렵게 하고, 다시 램프 속에 넣을 방법도 없다”고 우려했다.

벅셔해서웨이는 이날 공시에서 올해 1분기 말 기준 역대 최고치인 1890억달러(약 257조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했다고 밝혔다. 버핏은 “현금을 쓰고 싶지만 큰돈을 벌게 해주면서도 위험이 적은 기업을 찾기 전에는 섣불리 투자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홀로 여섯 시간에 걸친 대화 시간을 이어간 버핏은 주주들에게 “내년에도 꼭 오셨으면 좋겠고, 저도 내년에 참석하면 좋겠다”며 Q&A 세션을 마무리했다.

오마하=김종학 한국경제TV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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