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KT&G 주주총회…변수는 집중투표제


[앵커]

KT&G 사장 선임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질 않습니다.최대주주인 기업은행이 방경만 신임 사장 선임을 사실상 반대하면서 지배구조 투명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 산업2부 유오성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유 기자, 기업은행이 이번 주총에 사외이사를 추천한 것은 KT&G가 추천한 이사 선임을 반대한거라고 봐야겠죠?[기자]

이번 KT&G 주주총회 안건을 보면 대표이사 사장 방경만 선임과 사외이사 임민규 선임, 사외이사 손동환 등을 선임하는 내용이 올라와 있습니다.

여기서 방경만 신임 대표이사와 임민규 사외이사 후보자는 KT&G 측이 올린 안건이고, 사외이사 손동환 후보자는 기업은행 측이 올린 안건입니다.당초 행동주의펀드 FCP의 이상현 대표가 직접 사외이사 후보에 오르겠다고 밝혔으나, 기업은행이 추천한 후보에 힘을 싣겠다며 사퇴를 했고요.

기업은행이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한 것을 두고 KT&G가 추천한 이사 선임을 사실상 반대한 것이다 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기업은행 입장에선 자기들이 추천한 후보를 이사회에 진입시켜야 하니 손 후보자에 표를 몰아줄 수 밖에 없고,그래서 방 후보자에 표를 나눠줄 가능성이 희박하니 사실상 KT&G 측이 올린 안건을 반대하는 것 아니냐 이런 해석이 나오는 겁니다.

[앵커]

기업은행은 어째서 자신들이 추천한 사외이사를 이사회로 진입시키려는 겁니까?

[기자]

KT&G는 민영화가 된 지 20년이 넘게 내부 출신이 회사를 이끌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내부 출신 인사가 최종 사장 후보로 선정 되면서 내부 승계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또 현 이사회가 지나치게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고요. 여기에 KT&G 경영진과 사외이사들이 외유성 출장을 다녀왔다는 의혹들이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최대주주인 기업은행으로선 이런 논란들이 KT&G 경영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요소라고 판단하고 있고요.

이런 경영상 불만들이 누적되면서 이사회에 자신들이 추천한 후보를 심어 최대주주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인 겁니다.

이에 KT&G 측은 "이번 사장 후보 선임절차를 투명하게 사전에 공개했다"며 "공정성과 독립성을 위해 관련 모든 위원회와 이사회를 전원 사외이사로만 구성·운영하고 공모 및 복수의 외부 서치펌 추천 등을 포함한 완전 개방형 프로세스를 통해 약 2개월 이상의 기간에 걸쳐 투명하고 공정한 사장후보선발 절차를 진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무산되긴 했습니다만 지난 2018년 백복인 사장 연임이 주총 안건에 올라왔을 때도 기업은행은 사외이사를 따로 추천했잖아요. 그 때랑은 어떤 차이가 있는 겁니까?

[기자]

기업은행은 2018년 백복인 사장의 연임에 반대할 때도 주주제안을 통해 사외이사 후보자를 추천했습니다.

당시 1대 주주이던 국민연금은 중립 의견을 내며 한 발 물러섰고, 외국계 투자자들은 기업은행의 주주제안을 정부의 인사 개입으로 간주하고 백 사장 연임에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하지만 이번 주총은 다르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입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KT&G측이 집중투표제를 받아들였다는 겁니다.

집중투표제는 이사 선임 수 만큼 1주당 복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이번처럼 이사를 2명 선임해야할 경우 1주당 2표를 주는 식입니다.

특정 이사에 몰표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변수가 나올 가능성이 높고요. 동시에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통합해서 뽑기로 했기 때문에 예측 가능성은 더욱 떨어지는 상황입니다.

[앵커]

경우의 수를 따져본다면 어떻습니까?

[기자]

기업은행이 사외이사 후보자를 추천했으니 별다른 이변이 없다면 손 후보자에게 몰표를 줄 가능성이 높고요. 행동주의펀드도 기업은행 지지를 공식 선언한 만큼 여기에 표를 몰아줄 가능성이 큽니다.

지켜봐야할 대목은 국민연금의 향후 행보입니다. 앞서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KT&G와 같은 포스코홀딩스의 사외이사 독립성을 지적하며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한 바 있습니다.

아직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기는 하지만 KT&G도 포스코와 같은 소유 분산 기업인 만큼 국민연금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 지 관심이 높습니다.

만약 이들이 기업은행 편에 선다면 지분율이 도합 14%이상으로 늘어나 표 대결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KT&G 우호지분(의결권이 없는 자사주 제외)은 장학재단, 사내근로복지기금, 우리사주조합 등을 더한 13%로 추산됩니다.

7% 지분을 가진 미국 투자기관 퍼스트이글인베스트먼트가 KT&G 편에 선다해도 집중투표제를 실시하고 있어 두 자리 모두를 KT&G가 추천한 인물들이 가져가기 쉽지 않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외국인 투자자들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 의견이 이번주 내로 나올 예정이라 이 것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이러다보니 KT&G 측과 반 KT&G 연대는 소액 주주들을 상대로 의결권을 집중시켜 달라고 권유하고 있습니다.

물론 의결권을 달라고 사측이 강권하진 않겠지만 KT&G 주식을 가진 우리사주조합 직원들의 경우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아무래도 제약이 있다고 볼 수 있어 이 부분도 논란의 여지가 남습니다.

[앵커]

네 유 기자, 잘 들었습니다.
유오성기자 osyou@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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