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에 '반사이익'…日 반도체 장비 기업 신났다

美 수출 제재에 日 반도체 소비 늘린 中
도쿄일렉트론 주가 급등
사진=REUTERS
미국이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규제를 강화하면서 일본의 반도체 기업 도쿄 일렉트론(TEL)이
반사이익을 누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제재를 피하려는 중국이 일본 반도체 업계를 새로운 우회로로 정했다는 이유에서다. 일본 반도체 기업인 도쿄 일렉트론 시가총액도 급등하는 모양새다.

블룸버그는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일본에서 반도체 제작 장비 수입 의존도가 심화하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반도체 공급망을 자체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구형 반도체 장비를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어서다. MSCI 일본 반도체 및 반도체 장비 지수는 미국이 중국에 반도체 규제를 본격화한 2022년 10월부터 16개월간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일본의 도쿄 일렉트론이 최대 수혜 주로 꼽힌다. 도쿄일렉트론의 시가총액은 지난 16개월간 1470억달러가량 급증했다. 2022년 9월 말 5조 6000억엔에서 올해 2월 15조엔을 넘겼다. 이날 도쿄 증시에서 도쿄일렉트론 주가는 전일 대비 13% 급등하며 시가총액이 15조 9000억엔을 기록했다. 역대 최고치다. 하루 기준 상승 폭도 약 4년 만에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같은 날 도쿄일렉트론은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종전보다 11% 끌어올린 4450억엔(약 3조 9533억원)으로 변경했다. 중국 매출 의존도는 갈수록 심화했다. 올해 1~2월 매출의 46.9%가 중국 매출이었다. 가와모토 히로시 도쿄일렉트론 수석 부사장은 이날 "중국의 반도체 수요가 더 강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반도체 장비 업체 스크린 홀딩스도 중국 의존도가 심화했다. 스크린홀딩스는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분기 19%에서 올해 1분기에 44%로 증가할 것으로 관측했다. 또 다른 장비업체인 디스코도 올해 매출에서 중국의 비중이 최소 40%를 넘길 것으로 내다봤다.중국이 일본에서 반도체 장비를 수급하고 있지만 한계에 다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본 반도체 장비를 수입하는 것만으론 첨단 반도체를 양산하기 어려워서다. 현재 일본 기업들이 중국에 판매하는 제품도 대부분 구형 반도체를 생산하는 장비로 알려졌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연구센터(CSIS)의 AI 및 첨단기술센터 소장인 그레고리 앨런은 "일본이 중국에 판매하고 있는 반도체 장비로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 반도체 수요를 모두 충족할 수 없다"며 "다만 일본 반도체 업계가 부품, 장비 등 핵심 기술을 수출할 경우 중국의 반도체 자급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