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보니 이만한 자동차 없더라"…벤츠마저 가볍게 제쳤다 [최수진의 나우앤카]

고급세단 판도 바꾼 제네시스
수입차 1위 벤츠 판매량 앞서
출범 10년도 안 돼 글로벌 100만대 돌파
쿠페·컨버터블 '고급 차' 영역까지 도전
제네시스 G80/사진=현대차
그동안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수입차를 탔었던 인천 거주 김모 씨(54)는 최근 제네시스 G80으로 차를 바꿨다. 김 씨는 "주행 성능이나 옵션도 만족스럽고 수리가 빠르고 브랜드 이미지가 좋다 보니 하차감도 나쁘지 않다. 아이도 있다 보니 실용성도 따지게 되는데 두루두루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고급차 대명사 된 '벤츠'보다 '제네시스'

최근 국내에서 제네시스가 '고급 차는 곧 수입차'라는 공식을 깨고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특히 '회장님 차'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세단에서 동급 수입차 판매량을 넘어서면서 국내 고급 차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28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준대형 세단인 제네시스 G80의 국내 판매량은 4만3236대로 같은 기간 수입차 판매량 1위인 벤츠 E클래스 판매량(2만3640대)을 넉넉하게 앞섰다. 제네시스 대형 세단 G90도 지난해 1만2479대가 팔려 벤츠 S클래스 판매량(9414대)을 넘겼다.

특히 지난해에는 국내 운행 차량 대수에서도 제네시스가 벤츠를 제쳤다. 지난해 G80의 국내 운행차량 대수는 32만6120대로 같은 급의 벤츠 E클래스(32만5542대)를 추월했다. 신차뿐 아니라 구형까지 통틀어 국내에서 운행하는 제네시스 차량이 벤츠보다 많다는 얘기다.
2023 서울모빌리티쇼의 제네시스 부스에 전시된 콘셉트카 엑스 컨버터블. 사진=김태림 기자

출범 10년도 안 돼 대박...쿠페·컨버터블까지 노린다

제네시스는 아직 출범 10년도 채 안 된 브랜드다. 2015년 11월 글로벌 고급 차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기 위해 현대차가 절치부심해 만들었다. 당시 부회장이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브랜드 초기 기획 단계부터 외부 인사 영입, 조직 개편까지 출범 전 과정을 주도했다고 알려졌다.

제네시는 시장에 완벽하게 안착했다. 브랜드 출범 7년 10개월 만인 지난해 9월 글로벌 누적 판매량 100만대를 넘기며 승승장구 중이다. 가장 많이 판매된 모델은 2016년 출시된 준대형 세단 G80으로, 지난해 기준 글로벌 시장에서 총 39만738대가 판매됐다.

라인업도 다양해지고 있다. 컨버터블 모델인 '제네시스 X(엑스) 컨버터블' 콘셉트카가 대표적 사례다. 엑스 컨버터블은 2022년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처음 공개됐고 지난해 서울모빌리티쇼에서도 전시됐다.컨버터블은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고 비용도 많이 들어 완성차 업계의 고급화 전략에 필수로 꼽힌다. 엑스 컨버터블이 양산되면 현대차그룹의 첫 오픈카가 된다. 벤츠, BMW, 도요타 등 내로라하는 주요 완성차 회사들이 이미 컨버터블 모델을 가진 만큼 엑스 컨버터블이 양산되면 제네시스 고급화 전략에 한층 힘이 실릴 전망이다.

최근에는 GV80 쿠페를 출시하며 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쿠페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업계 관계자는 "제네시스는 현대차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을 뿐 아니라 현대차 자체 이미지를 높여주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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