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몸값' 너무 싸네…지분 가치 30% 밑돌아

GS 등 지주사 디스카운트 극심
동원산업, 자사주 전량 소각
주가 25% 올랐다가 다시 하락

업계 "성장성 부각할 필요 있어"
지주사들의 주가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시가총액이 보유 계열사 가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롯데지주, GS 등의 몸값은 보유 주식 가치의 3분의 1을 밑도는 수준이다. 자사주 소각 등의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꺼내 들지만 이마저도 ‘반짝 상승’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동원산업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61배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PBR은 시가총액을 순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1배 미만이라면 보유 재산만큼도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 회사 시가총액은 1조7129억원, 종속회사 지분의 장부가액은 2조1587억원이다.동원산업은 지난 16일 발행주식 총수의 22.5%에 달하는 자사주를 전량 소각한다고 밝히며 25.76% 상승 마감했다. 하지만 다음날부터 이틀간 6.83% 하락하며 상승분의 3분의 1을 반납했다.

이 회사는 2022년 동원엔터프라이즈와 합병해 지주사 체제를 꾸렸다. 첫 합병비율 평가 때 동원산업의 PBR은 0.6배,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종속기업인 동원시스템즈는 2.6배였다. 이후 동원산업은 최근 2년간 액면분할과 자사주 소각을 포함해 다양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주가는 1년 내내 내리막을 탔다.

그나마 동원산업은 나은 편이다. 주요 상장 지주사들의 평균 PBR은 0.47배에 머물고 있다. 롯데지주(0.29배), GS(0.3배), LG(0.45배) 등이 모두 0.5배 이하다. 자사주 소각 등의 노력을 수반해도 PBR은 달라지지 않았다. 현대백화점 지주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작년 9월 발행주식 총수의 4% 규모에 달하는 자사주를 소각한다고 발표했지만 주가는 반대로 움직였다. 발표 당시와 비교해 주가는 13.08%, 소각일 기준으론 8.01% 떨어졌다. 현재 PBR은 0.17배 수준이다. 지난해 자사주 소각을 진행했거나 계획을 밝힌 우리금융지주(0.32배), KB금융(0.41배), SK디스커버리(0.26배) 등 다른 지주사와 중간지주사의 PBR도 비슷하다.시장에서는 다양한 주주환원책과 함께 지주사도 성장성을 부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후 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 활동과 함께 인공지능(AI), 스마트 팩토리 등 신산업 성장 스토리를 투자자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사업형 지주는 사업으로, 투자형 지주는 투자 활동으로 신사업 방향성을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가 추진하는 PBR 공시 강화도 다른 주주가치 제고 활동과 병행하지 않으면 효과가 작을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전날 금융위는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거래소에서 주재한 민생 토론회에서 금융정책 업무보고를 했다. PBR이 낮은 기업은 가치 제고 계획을 밝히도록 의무화하고 상장사 업종별 PBR 비교 공시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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