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필 예술감독 김선욱 “저는 고집이 센 편…음악에선 타협 안 해”

김선욱 경기필 예술감독
취임 기자간담회…임기 2년
“음악을 만들 때만큼은 그 누구와도 타협해본 적이 없습니다. 이상향이 분명하고, 고집도 센 편입니다. 첫 음부터 끝 음까지 이어지는 긴 호흡과 탄탄한 기승전결로 연주 시간을 온전히 잡아먹을 수 있는 그런 음악을 끊임없이 추구하죠. 기대해주세요. 지휘자로서도 매 순간 살아 숨 쉬는 연주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올해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예술감독으로 공식 취임한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김선욱(36)이 8일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2025년 12월 31일까지 향후 2년간 악단을 이끄는 그는 “누군가에겐 예술감독으로서의 제 모습이 새로운 시작처럼 보이겠지만, 제겐 무척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아주 어릴 적부터 피아노를 치면서도 항상 지휘자가 되고 싶었다”고 했다. 김선욱은 2006년 만 18세 나이로 참가한 영국 리즈 콩쿠르에서 사상 최연소이자 아시아인 최초 우승 기록을 세우며 세계적 반열에 오른 피아니스트다. 그에 비하면 지휘자로 활동한 기간은 다소 짧은 편이다. 2010년부터 3년간 영국 왕립음악원 지휘과에서 수학했고, 3년 전 KBS교향악단을 이끌면서 지휘자로 데뷔했다. 서울시향, 영국 본머스심포니, 마카오 오케스트라 등을 지휘하며 경력을 쌓았지만, 그마저도 연차로 따지면 4년차에 그친다.
그는 예술감독으로서 경험이 부족하단 세간의 우려에 “언제쯤이면 ‘신인 지휘자’가 아닌 것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수석지휘자나 부지휘자 경력은 없지만, 대신 전 솔리스트로서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와 수없이 호흡했고, 명장들의 지휘를 누구보다 가까이 보면서 다양한 배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지휘자는 제도적 교육으로 만들어지는 직업이 아닙니다. 지휘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음 너머에 있는 의미를 찾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3~4년간 지휘자로서 많은 발전을 이뤘다는 걸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는 경기필의 잠재력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지난해 경기필과 처음 리허설한 뒤 ‘굉장히 무서운 오케스트라다’라고 말했었어요. 수백 년 된 악단들과 비교하면 고유의 색은 아직 없지만, 그렇기에 새롭게 만들어낼 음악적 공간이 많아요. 악단의 현은 굉장히 유연하고, 관은 힘이 넘칩니다. 지시를 습득하는 속도는 굉장히 빠르고, 리허설할 때조차 엄청난 집중력과 열정을 쏟아부어요. 지휘자가 어떻게 만지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소리와 효과를 보여줄 수 있는 오케스트라입니다.” 김선욱은 오는 12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리는 취임 연주회에서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서곡과 스크랴빈 피아노 협주곡, 브람스 교향곡 1번을 지휘한다. 협연자로는 ‘건반 위의 구도자’로 불리는 거장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오른다. 김선욱은 이 공연을 시작으로 연중 5차례 정기 연주회를 이끌 예정이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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