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확대·저금리로 성장하는 시대 끝"…한은 총재의 경고 [강진규의 BOK워치]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일 "재정의 확대와 저금리에 기반한 부채 증대에 의존해 임기응변식으로 성장을 도모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구조적 문제들에 대한 해결방안을 찾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오는 2일 시무식을 앞두고 먼저 공개한 신년사를 통해 "초고령 사회 진입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수요가 확대되고 있고, 가파르게 증가한 가계부채 규모는 성장 잠재력을 훼손하는 수준"이라며 이같이 밝혔다.이 총재는 이런 문제에 대해 한은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고 봤다. 그는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저해하는 다양한 요인이 산재해 있다"며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느라 충분히 살피지 못했던 구조적 문제들에 대한 해결방안을 찾는 데 한은이 더 힘써야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출산·고령화와 수도권 집중 및 지방소멸을 어떻게 극복할지, 글로벌 공급망 재편·기후위기 등 과거와 다른 환경에서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은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하는지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지난해 구조적 문제의 대안을 제시하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내놨다. 이 총재는 '초저출산 현상이 가져온 극단적 인구구조 문제', '장기 구조적 관점에서 진단한 가계부채 현황', '지역별 주요 제조업의 생산 및 공급망', '거점도시 중심의 균형발전 보고서' 등을 언급하면서 "다양한 부문에 대한 정책 제안을 통해 사회적 반향을 일으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이같은 구조개혁에 관한 발언은 이 총재가 한은의 법정 목표인 물가 및 금융안정과 함께 '경기회복'을 정책 목표로 언급한 이후 나왔다. 이 총재는 "IT 제조업을 제외하면 올해 성장률이 1.7%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국민들이 경기회복의 온기를 충분히 느끼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 후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면서도 경기회복과 금융안정에 필요한 최적의 정교한 정책조합을 찾아아 한다"고 했다.

물가는 마지막 구간(last mile)의 어려움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물가상승세의 둔화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원자재가격 추이의 불확실성과 누적된 비용인상 압력 등의 영향으로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더딜 수 있다"며 "대내외 정책여건의 불확실성 요인을 세심히 살피면서 물가를 목표수준으로 안착시키기 위한 통화긴축 기조의 지속기간과 최적 금리경로를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불안 가능성에도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했다. 이 총재는 "주요 선진국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화 징후,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험신호 등이 감지되고 있다"며 "금융시스템 내 유동성 안전판 강화를 위해 한은 대출의 적격담보 범위를 금융기관 보유 대출채권까지 확대하고, 부동산 PF의 질서있는 정리 방안을 마련하는 데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임직원들에게는 '절차탁마(切磋琢磨)'를 주문했다. '옥돌을 자르고 줄로 쓸고 끌로 쪼고 갈아 빛을 내다'라는 뜻의 사자성어다. 이 총재는 "최고 수준의 싱크탱크가 되기 위해선 개개인의 역량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절차탁마의 정신으로 계속 노력해주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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