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우현, 암 투병 최초 고백 "인피니트·정규 미루고 싶지 않았다" [인터뷰]

첫 정규 발매 기념 인터뷰서 암 투병 밝혀
"기스트암으로 지난 4월 말 수술"
"인피니트 컴백 활동 참고 견뎠다"
"내 이야기 담은 정규, 올라운더 평가 듣고파"
그룹 인피니트 남우현 /사진=블레이드엔터테인먼트 제공
"암에 걸려서 4월 말에 수술을 했어요. 전신마취를 하고 10시간 정도 걸리는 큰 수술이었죠. 한 달 정도 입원했고 지금은 좀 회복이 됐어요."

그룹 인피니트 남우현은 첫 솔로 정규앨범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돌연 암 투병 사실을 고백했다. 지난 7월 말 인피니트로 5년 만에 컴백해 콘서트까지 성공적으로 마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활동했던 그가 암과 싸우고 있었다니 팬들이 놀랄 만한 소식이었다.정확한 병명은 '기스트암(위장관기질종양)'이었다. 이는 위장관의 근육층에 생기는 암으로 100만 명당 20명 이하 꼴로 발생하는 희귀암이다. 2년 전 건강검진에서 발견했던 조그마한 종양이 4cm의 혹으로 자라났고, 그대로 두면 15cm까지도 자랄 수 있다는 말에 수술을 결심했다.

남우현은 "눈을 떴는데 배 부위가 갈라져 있더라. 일주일 동안은 패닉이었다. 숨도 못 쉬겠고 음식 먹는 것도 힘들었다. 두 달간 밥을 못 먹었다. 정말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부모님과 회사, 멤버들이 응원해 준 덕에 잘 버텼다"고 털어놨다.

인피니트 활동은 그야말로 '꾹 참고' 해낸 것이었다. 남우현은 "연예인들이 아픈 얘기를 하면 속상하지 않냐. 그래서 말하지 않았다"면서 "인피니트 앨범도 나 때문에 미뤄질 뻔했는데 아파도 무대에서 아픈 게 좋겠다고 생각해 강행했다. 참고 견뎠다"고 말했다.현재 건강 상태에 대해서는 "괜찮다"고 했다. 그는 "'일을 다 접고 내 시간을 가져야 하나'라는 생각도 했는데 주변에서 용기를 많이 줘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회복도 빠른 편이고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얼마 전에 추적 검사를 했는데 상처가 잘 아물었더라"고 전했다.

인피니트 활동이 마무리된 시점에서 휴식을 취할 수도 있었는데 솔로 컴백을 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남우현은 "솔로 나온 지가 너무 오래되기도 했고, 5월에 싱글을 내려고 했는데 수술 때문에 못 나왔다. 뮤직비디오 촬영 날짜까지 잡혀있는데 수술 때문에 취소됐다. 왜 아파서 앨범도 내고 싶은데 못 내는지 서글펐다. 미루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그룹 인피니트 남우현 /사진=블레이드엔터테인먼트 제공
28일 오후 6시 발매하는 '화이트리(WHITREE)'는 남우현이 솔로 데뷔 7년 만에 발매하는 첫 솔로 정규앨범이다. 평소 남다른 팬 사랑을 자랑해온 남우현인 만큼, 자신의 이니셜(Wh)과 평소 별명인 나무(Tree) 사이 인스피릿(I)이 함께 한다는 의미를 담아 앨범명을 완성했다.이 시기에 '첫 정규앨범'을 내는 이유를 묻자 남우현은 "정규앨범은 원래 내년쯤 내려고 했다. 12월은 연말 시상식도 있고, 홍보하기도 애매한 시기라서 미니앨범을 내려다가 녹음해 놓은 것들을 지금 내지 않으면 계속 밀릴 것 같더라. 이번에 힘을 실어서 첫 정규앨범으로 완성도 있게 내고 싶었다"고 답했다.

준비 기간은 총 10개월 정도 걸렸고, 데모곡만 무려 200곡가량을 받아봤다고 한다. 앨범에는 11곡이 담겼는데, 남우현은 타이틀곡 '베이비 베이비(Baby Baby)'를 포함해 수록들까지 총 5곡의 작사·작곡에 참여했다. 타이틀곡 '베이비 베이비'는 캐럴을 연상시키는 시티 팝 장르의 곡으로 대중성에 초점을 맞췄다. 남우현이 직접 가사를 썼으며, 겨울 시즌 송으로 딱 좋은 설렘과 포근함이 녹아든 트랙이다.

남우현은 "1집부터 지금까지 다 작사·작곡·프로듀싱을 했는데 이번엔 정규앨범이라 부담감이 있더라. 회사에서 '우현이 하고 싶은 거 다 해'라면서 잘 밀어줬다. 언제 또 정규앨범이 나오겠냐는 생각에 하고 싶은 걸 다 해보려고 노력했다"며 웃었다.가장 하고 싶은 게 무엇이었냐고 묻자 "내 이야기를 많이 넣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난 아이돌이고, 발라드도 하고, 댄스도 하는데 정작 내 이야기를 할 데가 없다. 말로 하는 건 상관없는데 음악으로 담아내기까지의 과정은 정말 큰 노력과 시간이 들어간다. 내 노래를 듣는 분들에게 용기를 드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남우현의 깊은 속내를 엿볼 수 있는 건 7번 트랙 '아이 윌 비 올라잇(I'll be alright)'이다. 남우현은 해당 곡에 대해 "그동안 힘들었던 내용도 담겨 있고, 나 자신에게 괜찮다는 자기 위로의 곡이기도 하다"면서 마음 깊숙이 품고 있던 '불안감'을 꺼내 보였다.

그는 "예전부터 선배님들이 인기는 파도 같다고 말했다. 파도처럼 왔다가 다시 밀려서 나가니까 인기가 많을 때 잘 즐기라고 했다. 그런데 난 그때 잘 즐기지 못했던 것 같다. '이게 영원할 수 있을까?'라면서 불안해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곡에 '네가 선택한 일이고 끝까지 이겨내면 괜찮아질 거야'라는 가사가 담겨 있다. 나처럼 어떤 일을 하는 것에 대해 불안함을 가진 분들이 많을 것 같다. 이 곡을 듣고 용기와 희망을 얻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최근 인피니트가 오랜만에 완전체로 뭉쳐 KSPO DOME(체조경기장)에 섰을 때를 떠올리면서도 그는 "멤버들도 정말 좋아하고 기뻐했는데 난 불안했다. 기쁘기도 했지만 내년, 내후년에 또 여기서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컸다. 내가 콘서트에서 왜 울었는지 생각해보면 '이 순간이 다시 안 오면 어떡하지?'라는 생각 때문이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힘든 시기를 겪기는 했지만 멤버들과 뭉쳐 활동한 일련의 과정들이 이 불안감을 해소해주진 않았는지 묻자 "해소된 것도 있는데 꿈 같기도 하고 너무 빨리 지나가서 행복을 다 못 느낀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 빨리 다시 인피니트를 하고 싶기도 하다"고 대답했다.

다만 "일단은 팬분들이 기다려주셔서 솔로 정규앨범으로 먼저 인사를 드리는 게 맞는 것 같다. 연말에 콘서트 계획도 있다. 올해는 팬분들과 함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룹 인피니트 남우현 /사진=블레이드엔터테인먼트 제공
첫 정규앨범에 대한 만족도는 100%라고 했다. 남우현은 "너무 만족한다"면서 "첫 정규앨범인 만큼 애정도 많이 담겨있다. 많은 분이 좋아해 주실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끝으로 그는 "올라운더라는 말이 듣고 싶다. 춤도 춤이지만 발라드도, 록 발라드도, 펑키한 음악도, 시티팝도 자신 있다. 또 곡도 웬만큼 쓴다"면서 "'이 친구가 작사도 곧잘 하고 음악적으로도 소질이 있구나'라는 말을 듣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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