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날 증시는 하락한다?…최근 10년 조사해보니 [돈앤톡]

수능과 주식시장의 상관관계

1994년 첫 수능부터 시험 당일 주식 거래시간 조정
수능일 증시 하락 속설 나오기도 했으나 최근 10년간 별 차이 없어
"올 수능일 증시, 미국 소매판매, 미중 정상 회담 내용 주목"
경기 수원시 팔달구 수원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후배들의 응원을 받으며 하교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직장인의 출근 시간이 늦춰지고 특정 시간엔 비행기 이·착륙 마저 막히는 비공식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일정이 다가왔습니다. 바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입니다. 매년 그랬듯 올해도 수능 시험일에 주식시장은 평소보다 1시간 늦은 오전 10시에 열립니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수능 당일인 16일 국내 주식시장의 거래 시작과 종료 시점을 1시간씩 늦추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유가증권시장, 코스닥시장, 코넥스시장의 정규 거래 시간은 기존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로 바뀝니다. 평소처럼 오전 9시에 주식거래에 나섰다가는 허탈할 수 있으니 유념해야겠습니다.수능일에 주식 시장 거래 시간이 변동되는 것은 무려 30년이 넘었습니다. 지금과 같은 형태의 수능이 처음 시작된 1994년 당시 증권거래소는 수능 시험일 당일의 개장 및 폐장 시간을 평상시보다 30분씩 늦춘 바 있습니다.

수능일에는 주식시장 외에도 관공서, 기업체 등이 근무 시간을 변경합니다. 수험생들을 최우선 순위에 놓고 행정력을 동원하기 위해서입니다. 시험일 수험생, 감독관, 학부모 등의 이동으로 교통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원활한 차량 소통을 위해 영업시간을 조정한 것입니다.

연중 국내 주식시장의 거래 시간이 변동되는 것은 새해 첫 개장일과 수능일 단 이틀 뿐입니다. 두 날 모두 오전 10시에 개장하는 것은 같지만 개장일은 거래 시간이 한 시간 단축되고 수능일은 한 시간 순연되는 차이가 있습니다.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 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사진=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미국 증시의 경우 추수감사절 다음날, 독립기념일 전날 등에 조기폐장하는 경우는 있습니다. 하지만 수능과 같은 중요한 행사가 있다고 해서 거래시간을 조정하지는 않습니다. 대입 때문에 증시 개장이 늦춰지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합니다.

2017년에는 수능 시험일이 변경되면서 주식 개장 시간이 이틀이나 변경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포항 지진으로 교육부가 수능 전날 급하게 수능을 일주일 연기했기 때문입니다.

거래소는 이미 공지된 개장 시간을 급히 변경하는 것이 금융·자본시장의 신뢰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판단해 애초 예정됐던 수능일자에도 주식 개장시간을 늦추고 바뀐 수능일자에도 주식 개장시간을 변경했습니다.개장과 마감시간이 미뤄지는 것이 증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까요?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의 수능일 중 9번은 코스피가 하락해 '수능일에는 증시가 하락한다'는 속설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10년(2013~2022년)을 살펴보면 수능일에 코스피가 하락했던 것은 6번(2013·2014·2015·2017·2021·2022년)으로 상승과 하락 비율이 거의 비슷했습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 개장시간 순연이 지수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며 "다만 수능일 전날 발표되는 미국 소매판매, 타깃 실적발표 및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미중 양 정상간 회담 내용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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