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들 지갑 닫자 글로벌 명품주 하락…펀드 수익률도 '뚝'

사진 까르띠에 홈페이지 캡쳐
주요 해외 명품주 가격이 내리면서 국내 럭셔리 펀드 수익률도 하락세가 뚜렷하다. 주요국 경기가 둔화해 ‘큰손’ 수요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는 까닭이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글로벌 명품 관련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하나로글로벌럭셔리S&P ETF은 지난 한 달간 약 7% 내렸다. ETF 외 공모펀드도 수익률이 악화하고 있다. 같은 기간 IBK럭셔리라이프스타일증권자투자신탁은 기준가가 약 6% 빠졌다. 애셋플러스글로벌리치투게더는 4.3%, 삼성픽테프리미엄브랜드펀드는 4.5% 하락했다. 이들 펀드가 투자한 글로벌 주요 명품기업 주가는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날 스위스 증시서 리치몬트는 0.62% 내린 111.30스위스프랑에 장을 마감했다. 이 기업은 까르띠에, IWC, 바쉐론콘스탄틴 등 명품 브랜드를 산하에 두고 있다. 지난 한달간 하락폭이 11.39%, 6개월새 하락폭은 23.48%다.

같은 날 프랑스 증시에선 세계 최대 명품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주가가 0.21% 하락해 714.90유로에 거래됐다. 구찌·보테가베네타·생로랑 등 브랜드를 운영하는 케링은 0.60% 내린 429.30유로에 거래됐다. 두 기업은 지난 한 달간 각각 7.47%, 12.49%씩 주가가 빠졌다.

이는 명품기업들의 주요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수요가 오르지 않고 있는 까닭이다. 리치몬트는 지난 2분기에 미국을 비롯한 북미 지역 매출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미국은 매출액 기준 리치몬트의 단일 최대 시장이다. LVMH는 미국 매출 성장률이 작년 24%에서 지난 2분기 3%로 급감했다. 중국 시장도 소비가 둔화하고 있다. 지난 8월 기준 소매판매 증가율은 4.6%로 지난 4월(18.4%)의 4분의 1수준에 그쳤다.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에 따른 경제 반등 효과가 미미한 데다 부동산 시장발(發) 금융위기 리스크 등이 부상하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명품주는 통상 2~3년을 주기로 상승·하락 사이클을 전환한다. 명품업계에선 업계가 하락세에 들어섰다고 보고 있는 분위기다. 요한 루퍼트 리치몬트그룹 회장은 지난달 “인플레이션이 명품 수요에 타격을 주기 시작했다”며 “지난 10년간 호황기는 끝났고, 앞으로 1~2년 안에 매출이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하긴 힘들다고 본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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