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거부한 이재명…파국 치닫는 민주당

체포안 가결 후 '내분 격화'

"등에 칼 꽂아" "비열한 배신 행위"
격앙된 친명계, 이탈자 응징 나서
지도부, 의원 전원에 탄원서 요구

비명계는 "대표직 내려놔야"
여당은 여론 살피며 '표정관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통과된 다음날인 22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청래 최고위원(왼쪽)을 비롯한 최고위원들이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김병언 기자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후폭풍이 더불어민주당을 집어삼키고 있다. 친명(친이재명)계는 ‘가결파’ 의원을 향해 “비열한 배신행위” “등에 칼을 꽂는 짓” 등의 독설을 퍼부었다. 비명(비이재명)계는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뒤집은 이 대표와 당 지도부에 책임이 있다며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는 당내 갈등을 수습하는 대신 지지층 결집을 호소하는 메시지를 내면서 내홍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은 이탈표 색출을 진행 중이다.

○“당 대표 팔아먹어” 격앙된 친명

22일 민주당에선 친명과 비명 의원 간 날 선 공방이 오갔다. 원내지도부 총사퇴에도 격앙된 친명계 의원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가결파를 겨냥해 “자기 당 대표를 팔아먹었다”며 “인간이 해서는 안 될 비정한 짓”이라고 했다. 서은숙 최고위원은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을 ‘친일파’ ‘암적 존재’에 비유했다. 당 최고위원회는 전날 밤 “가결 투표는 용납할 수 없는 해당 행위”라는 공식 입장을 냈다. 친명계에선 ‘응징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졌다.

당 지도부는 이날 소속 의원 전원에게 이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탄원서 제출 여부로 ‘가결파’를 색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비명계는 친명 일색인 당 지도부에 책임이 있다며 반박하고 있다. 자율적인 투표를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해당 행위라는 비판도 나왔다. 김종민 의원은 SBS 라디오에 나와 “지난 6월 당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국민 앞에서 약속했고 의원총회에서도 결의했다”며 “약속을 지키자고 주장한 게 어떻게 해당 행위가 되냐”고 했다. 이원욱 의원도 “이 대표와 함께했던 현재의 최고위원들에게 책임이 있다”며 이 대표도 대표직을 내려놔야 한다고 했다.민주당은 격한 내분 속에서 오는 26일 후임 원내대표 보궐선거를 치른다. 체포동의안 가결에 따른 반작용으로 이번에는 친명계가 내세우는 인물이 차기 원내대표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침묵하던 李, 수습 대신 지지층 독려

이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검사독재 정권의 폭주와 퇴행을 막고 민생과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며 지지층 결집을 주문했다. 그는 “더 개혁적인 민주당, 더 유능한 민주당, 더 민주적인 민주당이 될 수 있도록 사력을 다하겠다”며 일각의 사퇴 요구도 수용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도 “(이 대표가 구속되는) 최악의 상황이 와도 당 대표로서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고 했다. 당 최고위원들과 친명계 의원들은 단식 23일째인 이 대표를 찾아가 단식 중단을 권유했다. 우원식 의원은 “(이 대표가) 저희의 뜻을 ‘알았다’ 정도로만 응답했다”고 전했다.

○與, 민생 챙기며 ‘표정 관리’

국민의힘은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이 대표에 대한 사법적 판단 절차와 여론 향배 등을 고려하면 지나친 낙관이 이르다는 판단에서다. 법원이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역풍이 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 지도부는 입단속에 나서며 민생 행보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제 국회가 사법 처리를 법원에 맡기고 무너진 정치를 복원해 민생을 챙기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라고 말했다.

한재영/설지연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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