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폄하 곤욕 치른 野…어르신 표심 챙긴 與

野김은경, 나흘 만에 사과 방문
노인회장 "사진이라도 때리겠다"
종이 내려치자 눈물 글썽이기도

與윤재옥, 오세훈 서울시장과
경로당 찾아 냉방비 지원 약속
3일 노인들을 만난 여야 지도부가 상반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은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 중앙회를 방문해 노인 비하 발언을 사과했지만,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은 김 위원장의 사진을 손으로 때리며 분노를 표출했다(왼쪽 사진). 폭염 대책을 점검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의 한 경로당을 방문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인사하자, 노인들이 박수로 화답하고 있다. 김병언/강은구 기자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3일 자신의 ‘노인 폄하’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논란을 빚은 지 나흘 만이다. 같은날 국민의힘과 정부는 전국 경로당에 냉방비 지원을 약속했다. 60대 이상 유권자가 전체 30%에 달하는 만큼 내년 총선을 앞두고 어르신 표심 챙기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野 김은경, 나흘 만에 사과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르신들 마음을 상하게 한 점에 대해 더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후 김 위원장은 효창동 대한노인회를 찾았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김호일 대한노인회장 등에게 “(발언이) 생각지 않게 퍼져나갔는데 판단을 못했던 부족함이 분명히 있었던 것 같다”며 “어설프게 말씀드린 것과 마음을 상하게 한 것을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하며 마음을 푸셨으면 좋겠다”고 고개를 숙였다.그러자 김 회장은 “혁신위원장이면 당에 도움이 돼야 하는데, 1000만 유권자 노인을 폄하하면 그게 당에 도움이 되느냐”며 “민주주의 국가 가운데 참정권을 차등하는 나라가 대체 어디 있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의 사진이 인쇄된 종이를 여러 차례 내려치며 “손찌검을 하면 안 돼 사진이라도 뺨을 한 대 때리겠다”고 외쳤다.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은 눈물을 글썽거렸다.

이후 노인회를 찾은 박광온 원내대표도 “가끔 막말로 뜻하지 않게 상처를 주는 발언이 나와서 저희로서도 당황스럽고 안타깝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그간 “언론과 여당이 발언을 왜곡해 세대별 갈라치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해명을 되풀이하며 사과를 거부해왔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노인 표심이 대거 이탈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자 입장을 뒤집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대선 기준 국내 유권자 4419만 명 중 60대 이상(1313만 명)은 29.8%에 이른다. 2017년 대선(1036만 명)과 비교해도 276만 명 늘었다.

○與, 경로당 냉방비 지원 약속

곤욕을 치르고 있는 민주당과의 차별성을 부각하기 위해 국민의힘은 노년층 구애에 나섰다.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과 함께 서울의 한 경로당을 찾았다. 윤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전기, 냉방을 맘대로 쓰고 필요한 폭염 대책에 사용하시라고 6만8000여 개 전국 경로당에 10만원씩 특별히 지원하기로 정부와 협의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지원 시기나 방식은 정부 협의를 통해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동시에 노인 폄하 논란을 빚은 민주당을 향한 공세도 이어갔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 혁신위는 패륜위원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마지못해 사과하는 시늉을 한들 단지 말뿐인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며 이같이 밝혔다. 윤 원내대표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노인 폄하 발언을 반복하는 치유할 수 없는 습관이 있는 정당이 아닌지 묻게 된다”고 비판했다.

양길성/전범진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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