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라면' 먹방 뜨더니…"없어서 못 먹는다" 품귀 현상 [이슈+]

없어서 못 먹는다 '8인분짜리 컵라면'
'초대형 음식' '펀슈머'들 사로잡아
일각서 소비 관련 우려 목소리도
SNS에서 '초대형 용량 음식'으로 '핫템'이 된 음식 먹방을 하는 유튜버들. /사진=유튜브 채널 '삼대장' 캡처
"'재미있고 특이한 음식'에 돈 쓰는 취미가 생겼습니다"

평소 유튜브 '먹방'(먹는 방송) 콘텐츠 시청을 즐긴다는 직장인 이모 씨(27)는 "요즘 먹방 유튜버들이 많이 먹는 '초대형 용량 음식'을 따라 사 먹는 취미가 생겼다"며 "그 음식이 맛있어 보인다는 생각보다도 재밌어 보여서 따라 사 먹는 게 더 큰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이 씨는 "먹방 콘텐츠가 워낙 다양해지고 많아져서 이제는 단순히 음식을 많이 쌓아두고 먹는 방송은 질렸다"며 "초대형 용량 음식은 그 자체로 특이하다 보니, 유튜버들이 먹는 모습을 보면 '나도 한번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든다"면서 웃어 보였다.

유튜브 '핫템' 사 먹는 펀슈머들…웃돈 붙은 중고 거래까지

기존 라면과 '점보 도시락' 라면 크기를 비교한 모습. /사진=GS리테일 제공
최근 들어 20~30대 소비 연령층 사이에서 '펀슈머'들이 늘어나면서 '보는 재미가 있다'는 평을 받는 '초대형 먹방용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펀슈머'란 fun(재미)과 consumer(소비자)를 결합한 합성어로, 단순히 상품을 구매하는 것을 넘어 재미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을 뜻한다. 펀슈머들은 단순히 제품을 구매·소비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발적으로 자신의 소비 경험을 재생산한다는 특징이 있다. 상품의 종류가 많아지고 개인의 취향이 존중되면서 등장한 소비 트렌드 중 하나에 속한다.

펀슈머들의 소비 경험은 주로 젊은 층의 사용 빈도가 높은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 등을 통해 짧은 기간 내에도 빠르게 공유돼 업계에 큰 파급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많은 기업들이 펀슈머를 사로잡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인기 아이템을 '초대형 용량'으로 선보이는 것이다. 지난해 오리온 제과는 4kg짜리 초대형 '풍선껌'을 제작해 유튜버 및 인플루언서들에게 배송했으며, 해당 제품이 유튜브 콘텐츠로 선보여지면서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팔도 점보도시락' 먹방 콘텐츠로 눈길을 끈 연예인과 유튜버들.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지난달 31일 GS25가 기존 팔도도시락 라면을 8배 키워 '대형 컵라면'으로 선보인 '팔도 점보도시락'도 펀슈머들의 핫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했다. 키워드분석사이트 블랙키위에 따르면, 점보도시락 검색량은 출시 이후 이달 1일부터 지난 15일까지 네이버 포털 내 검색량만 36만6000회에 달했다.'팔도 점보도시락'은 출시된 지 3일 만에 초도물량 5만여개가 완판됐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점보도시락을 사려고 동네 GS25는 다 돌아다녔다", "5만원을 주고서라도 한 번만 먹어보고 싶다", "뻔한 맛이지만 너무 먹어보고 싶은 비주얼이다" 등의 글이 연이어 게재되면서 뜨거운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이 라면의 경우 GS25가 한정판으로 내놓은 탓에 현재 각종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웃돈까지 붙어 거래되고 있다. 정가는 8500원이지만 중고 거래로는 2~3배가 넘는 가격에 팔리고 있다. 그렇지만 최근까지 각종 먹방 유튜버들의 시식 영상이 줄을 잇고, 인스타그램 숏폼(짧은 영상) 콘텐츠 릴스 등에서 '점보도시락 챌린지'가 유행하면서 인기는 더 커지고 있다는 반응이다.

펀슈머족 늘어나는데…"먹거리 가지고 장난치기" 지적도

한 회사에서 유튜버들에게 제공한 '초대형 풍선껌' 먹방을 하는 유튜버의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일각에서는 기존 음식 크기의 10배 넘는 음식 먹방 등이 온라인상에서 지속 노출될 경우, 오직 재미를 위해서 음식을 구매하는 젊은 층 소비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펀슈머 마케팅이 과열되면서 불필요한 소비 또는 과소비를 조장하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를 통해서 어떠한 재미를 추구하는 것은 나쁘진 않지만, 먹거리 상품은 과식이나 비만, 건강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 좋은 상품 개발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누군가는 '먹거리를 가지고 장난친다'고 생각할 수 있을 만큼, 재미만 추구해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예상되는 상품의 출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요즘에는 먹방이라는 콘텐츠 자체를 시청하는 비율도 높고, 대부분이 과식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재미를 위한 먹방 챌린지 등이 유행을 타는 것은 사실 긍정적으로 보긴 어렵다"며 "재미있다는 이유만으로 상품을 구매하는 습관이 들면서 본인의 경제적 수준에 안 맞는 소비를 이어갈 경우 분명히 나중에 소비 습관과 관련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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