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롯데케미칼 노조도 "민주노총 탈퇴"

화섬노조 탈퇴 전격 의결

대산공장 조합원 80% '찬성'
"해주는 것 없이 조합비만 떼어가"
산별노조 '도미노 탈퇴' 이어지나
사진=뉴스1
국내 2위 석유화학 기업 롯데케미칼의 주력 사업장 중 한 곳인 충남 대산공장 노동조합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탈퇴를 전격 선언했다. 윤석열 정부가 기업노조의 집단탈퇴를 금지하는 산별노조 규약에 대한 시정명령에 들어간 뒤 탈퇴를 추진하는 첫 번째 사례다. 시정명령 이행으로 집단탈퇴 금지규약이 철폐되면 앞으로 산별노조 탈퇴 행렬이 도미노처럼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2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소속 산별노조인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화섬노조) 롯데케미칼 대산지회는 지난달 30일 조합원 총회를 열어 80.25%의 찬성으로 민주노총 화섬노조 탈퇴안을 의결했다. 롯데케미칼 노조는 최대 사업장인 전남 여수공장의 기업별 노조와 민주노총 화섬노조 소속이었던 대산지회로 양분돼 있다. 대산지회는 대산공장 임직원 700여 명 중 전문기술직(420명)을 대표하는 단일노조다.

대산공장은 2003년 롯데그룹이 현대석유화학을 인수하면서 설립한 롯데대산유화가 모태다. 롯데케미칼은 호남석유화학 시절인 2008년 롯데대산유화를 흡수합병했다. 합병 이후 사측과의 대부분 교섭은 기존 단일노조였던 여수공장 노조가 담당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산에서는 급여나 복지 수준을 여수와 맞춰달라고 요구해왔는데 여수에서 교섭을 주도하다 보니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대산노조는 여수 위주 교섭 관행에 반발해 2017년 민주노총 화섬노조에 가입했다. 그런데 사측이 ‘교섭창구 단일화’를 이유로 여수노조와 교섭을 주로 하면서 산별노조인 화섬노조 역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

대산공장 조합원 사이에선 “산별노조가 해주는 건 없는데 조합비만 많이 떼어 간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대산지회가 매년 화섬노조에 납부하는 조합비는 7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섬노조를 탈퇴하려면 넘어야 할 장애물이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산별노조 규약에 있는 집단탈퇴 금지조항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화섬노조 규약 제44조는 “지회단위의 집단탈퇴, 조직 형태 변경은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산지회에 앞서 산별노조 탈퇴를 추진했던 포스코지회(금속노조)나 원주시청 노조(전국공무원노조) 등은 산별노조가 금지조항을 근거로 조합 임원을 제명하고, 탈퇴 무효 소송을 제기하며 분쟁에 시달렸다.고용노동부가 지난 2월부터 금속노조 등 산별노조의 집단탈퇴 금지규약에 대한 시정명령에 들어가자 상황은 달라졌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4월 금속·사무금융·공무원노조에 이어 지난달 18일엔 화섬노조의 집단탈퇴 금지규약에 대해서도 시정명령을 의결했다. 대산지회는 화섬노조에 대한 지노위 결정 12일 뒤 총회를 열어 산별노조 탈퇴를 전격 의결했다. 탈퇴를 추진해도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겨난 것이다.

다양한 업종이 모여 비대해진 산별노조 특성상 집단탈퇴가 허용되면 비슷한 사례가 계속 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인사는 “화섬노조의 경우 최근엔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와 게임회사도 들어오면서 업종별 총의를 모으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오형주/김형규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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