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표 잃어도 과감한 3대 개혁" 빈말 되면 '임기내 4만달러' 물 건너간다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2886달러로 전년보다 7.4% 급감했다는 한국은행 발표는 길 잃은 한국 경제의 현주소다. 2017년 3만달러 돌파 후 국민소득은 6년 내리 3만달러 초반대에서 정체 상태다. 위기가 와도 한두 해면 훌훌 털고 성장엔진을 재가동하던 특유의 강한 모습은 실종됐다.

국민소득 7.4% 급감은 기본적으로 원화가치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 탓이지만 전적으로 환율 때문만도 아니다. 비슷한 처지의 대만도 지난해 원화 못지않은 통화 약세를 겪었다. 그래도 소득 감소를 0.6%로 최소화하며 절대 소득 수준에서 한국을 앞질렀다. 더구나 원화 약세는 10년 넘게 지속 중이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통화 약세는 상수이기 때문에 극복 대상일 뿐 핑계 대상은 아니라는 의미다.이대로면 윤석열 정부의 ‘임기 중 4만달러’ 약속은 공수표가 될 공산이 크다. 소득 3만달러에서 정체된 대표 국가가 이탈리아다. 무려 17년째 4만달러 벽을 깨지 못하고 있다. 이탈리아가 유럽 최악의 저출산, 포퓰리즘적 재정 풀기, 강력한 노동조합의 존재 등 여러 면에서 한국과 비슷하다는 점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우리 경제는 구조적 장기 저성장 국면에 이미 진입했으며, 구조개혁만이 해법”이라고 직격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다행히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은 엊그제 “미래를 위해 표를 잃는 한이 있어도 과감히 도전하겠다”며 3대 개혁을 강조했다. 2년 차 국정운영 방향으로 지지부진한 노동·연금·교육개혁 가속화를 꼽은 것이다. 모처럼 당국자의 바람직한 다짐이지만 여러 여건상 ‘또 선언용은 아닌가’란 의구심도 만만찮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경제 버팀목인 수출이 작년 10월 이후 지난달까지 8개월 연속 대규모로 쪼그라들었다. 2년간 지속 하락 중인 경기선행지수를 볼 때 한국 경제는 경착륙 국면에 진입했다(현대경제연구원)는 평가까지 나왔다. “국민 이익을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겠다”는 이 수석 발언이 또 빈말이 된다면 3만달러 늪은 길고 깊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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