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저출산·고령화·나랏빚 급증…이대로면 '정크등급' 떨어질 수도

인구 5000만을 지키자
(13) 국가신용등급 옥죄는 '고령화 재앙'

수년뒤 '세계 최고령 국가' 전락
연금·의료 등 복지재정 급증에
국가채무비율 폭증 악순환

연금개혁·노동개혁 미루면
2050년 신용등급 강등 직면
18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노인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국은 고령화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임대철 기자
글로벌 신용평가회사들이 “인구 고령화가 국가 신용등급 강등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가장 위험한 국가 중 하나로 한국을 지목한 건 한국의 고령화 속도가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빠르기 때문이다. 지금 같은 저출산·고령화 속도가 지속되면 한국이 ‘세계 최고령 국가’로 전락하는 건 시간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경직된 노동시장과 지속 불가능한 연금제도, 급증하는 국가채무가 맞물려 국가 신용등급이 추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파이낸셜타임스에 대만, 중국과 함께 한국에 대해 “2050년이 되면 최악 상황에 맞닥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韓, 2070년 세계 최고령 국가

18일 통계청 인구추계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는 지난해 5162만 명에서 2070년 3765만 명으로 줄어든다. 50년간 인구가 약 27% 감소한다.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이 기간 17.5%에서 46.4%로 높아진다. 인구의 절반가량이 고령인구가 되는 것이다. 2070년 예상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중인 46.1%보다 큰 수치다.

이 같은 고령화율은 전 세계 최고다. 작년 기준으로 한국보다 고령인구 비중이 높은 일본(29.9%)과 독일(22.4%)은 2070년 고령인구 비중이 38.7%, 32.2%로 높아지는 데 그친다. 이에 비하면 한국은 훨씬 ‘늙은 나라’가 되는 것이다.

인구 감소와 고령인구 증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것은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다른 국가에 비해 낮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59명(2020년)의 절반에 불과했다.

○‘무(無)성장 국가’ 될 수도

이 같은 극심한 고령화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갉아먹을 전망이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고령화 영향으로 2050년 경제성장률이 0%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봤다. 저성장이 아니라 아예 ‘무성장’ 국가가 되는 것이다.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장은 “생산가능인구가 빠르게 줄어들면 국가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누가 한국 국채를 사겠느냐”고 반문했다.

지연되고 있는 연금개혁은 고령화에 따른 국가적 위기를 가속화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현재의 연금제도를 유지할 경우 국민연금기금은 2055년 고갈된다. 이후엔 보험료만으로 연금을 지급할 수 없기 때문에 세 부담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 닥칠 수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연금제도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며 “연금개혁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랏빚도 우려

재정 소요가 늘면서 국가채무가 급증할 가능성도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공개한 ‘재정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54.3%를 기록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 채무(D2) 비율은 2027년 57.8%로 3.5%포인트 높아질 전망이다. 스웨덴,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 선진국 중 기축통화를 쓰지 않는 10개국 평균 채무비율이 이 기간 52.0%에서 48.5%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대비된다. 비토르 가스파르 IMF 재정국장은 한국을 “채무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로 꼽았다. 빠른 고령화 속도에다 연금개혁까지 좌초되면 한국의 국가채무 비율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할 수도 있다.고령화 대응책으로 노동시장을 개혁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만 65세로 고정된 고령인구 기준을 높이고, 경직된 은퇴연령을 조정하는 방안 등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지금의 70대는 과거의 60대와 비슷하다”며 “고령자가 노동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년을 시장에 맡기되 정년이 필요없는 직업들을 선별해 우선 시행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강진규/박상용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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