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왕의 어머니' 김순일 여사 별세…향년 100세

허영인 SPC 회장 모친…삼립식품 일군 공동창업자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모친이자 삼립식품(현 SPC삼립) 창업주인 고(故) 허창성 명예회장의 부인 김순일 여사가 10일 별세했다. 향년 100세.

‘제빵왕의 어머니’로 불리는 고인은 그 스스로도 빵의 대중화를 위한 기틀을 만드는 데 기여한 인물이다.1923년 황해도 옹진에서 태어난 고인은 1942년 허 명예회장과 만나 결혼했다. 1945년 삼립식품의 전신인 ‘상미당(삼립식품의 전신)’ 제과점을 공동 창업해 운영했다.

고인은 허 명예회장에게 인생의 동반자이자 든든한 경영 파트너였다. 허 명예회장은 생산관리를 김 여사는 경영관리를 맡았다. 삼립식품 창립 이후에는 이사와 감사로 경영에 참여했다. 국내 양산빵의 대표제품으로 꼽히는 삼립 '크림빵'과 '호빵', '보름달'도 모두 고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제빵은 손 끝에서 남는다.” 손 끝에 정성을 모아 빵을 만들 것을 강조해 온 고인은 이 같은 어록을 남겼다.
허 명예회장은 자서전 <미래를 살아가는 지혜>에서 "아내를 빼놓고 회사를 거론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할 만큼 역할이 컸다"고 회고했다. “인정과 감정에 흔들리기 쉬운 자신의 단점을 아내가 보완해 주고, 직원의 인사나 구매, 예산 집행 등 여러 경영분야에서 능력이 두드러졌다”고 고인에 대해 언급했다. 허 명예회장은 2003년 8월 별세했다.

한국전쟁 당시 허 명예회장과 김 여사는 두 살배기 영인(현 SPC 회장)을 비롯해 세 자녀를 이끌고 서울 을지로 방산시장에서 황해도 옹진까지 200㎞가 넘는 피난길을 오고 가며 상미당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았다고 고인의 지인은 전했다.

특히 외환위기(IMF)때 경영이 어려워진 삼립식품을 2002년 되찾아 오면서 허 회장은 회사를 일궈준 고인에게 깊은 감사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 회장은 부모가 초석을 놓은 작은 회사를 국내 1위 제과제빵 기업으로 키워냈다. 고인은 천주교 신자다. 세례명은 말지나. 유족은 허영인 SPC그룹 회장 등 6남 1녀. 빈소는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됐다. 발인은 13일 오전이며, 장지는 경기도 이천시 선산이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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