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은행 리스크 일단 진정?…코스피 상승 출발 전망 [증시 개장 전 꼭 알아야 할 5가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증시는 16일(현지시간) 각국 금융당국 등의 신속한 대응에 힘입어 다시 안도랠리를 펼쳤다. 스위스당국의 크레디스 스위스(CS) 유동성 지원에 이어 위기설에 휩싸인 미 퍼스트 리퍼블릭에 대한 대형 은행들의 공동 구제안이 나오면서다. 다만 시간외 거래에선 퍼스트 리퍼블릭 주가가 다시 급락하며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7일 국내 증시는 은행 리스크가 일단 진정됨에 따라 대형주 중심으로 상승 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 코스피 상승 출발 전망

MSCI 한국 지수 ETF는 3.05%, MSCI 신흥 지수 ETF는 1.53% 상승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NDF 원달러 환율 1개월물은 1299.18원으로 이를 반영하면 원달러 환율은 15원 하락 출발, 코스피는 1%대 상승 출발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미 대형 은행들이 퍼스트 리퍼블릭을 지원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며 강세를 보인 점은 증시에 긍정적"이라며 "특히 대량 인출이 크지 않아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점과 함께 옐런 재무장관이 미국의 금융시스템은 안정적이라고 발표하는 등 심리 개선을 위한 노력이 진행되며 장 후반 상승폭을 더욱 확대한 점도 우호적 요소"라고 말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일 역시 잇따른 은행권 위기 대응책에 힘입어 반등한 미 증시 영향에 지수 하단은 제한되는 동시에 RSI 지표상 1월 말 이후 나타난 과열 양상을 해소하는 국면이 나타날 것"이라며 "금리 급등 부담이 해소된 나스닥 위주의 반등세, 전일 삼성전자의 레인보우로보틱스 추가 지분인수, 300조원 규모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 등의 뉴스 플로우는 성장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미 증시는 시스템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어느 정도 해소시켜줬다"며 "특히 반도체 랠리는 모처럼 SK하이닉스 등 부진했던 기업들에 훈풍이 불 것"이라고 말했다.

■ 은행 위기 신속 진화에 美 증시 다시 안도 랠리

16일(현지시간) 다우존스지수는 전장보다 371.98포인트(1.17%) 오른 32246.55에 거래를 마쳤다. S&P500 지수는 68.35포인트(1.76%) 상승한 3960.28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83.23포인트(2.48%) 급등한 11717.28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최근 증시를 좌우하는 은행권 위기설에 장 초반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던 3대 지수는 '제2의 실리콘밸리은행(SVB)'으로 지목되던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에 대한 거액 구제 움직임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아울러 은행들의 잇따른 위기에 미 중앙은행(Fed)이 당초 예상보다 금리인상 속도를 줄일 것이란 기대가 빅테크 등 기술주 투자자들에게 호재로 받아들여졌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4.4%, 마이크로소프트가 4.1%, 아마존이 4.0%,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이 3.6% 각각 급등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美 대형 은행들, 위기설 퍼스트리퍼블릭에 39조원 수혈

미국의 가장 큰 은행들이 부도 위기에 빠진 중소은행 퍼스트리퍼블릭의 위기가 금융시장 전체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돈을 모아 해당 은행에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했다. 미국 대형 은행 11곳은 16일(현지시간) 퍼스트리퍼블릭은행에 총 300억달러(약 39조원)를 예치한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시티그룹, JP모건체이스, 웰스파고가 각각 50억달러를 예치하고,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각각 25억달러를 넣기로 했다. 또 BNY멜론, PNC뱅크, 스테이트스트리트, 트루이스트, US뱅크가 각각 10억달러를 예치한다.

은행들은 "이번 조치는 미국의 가장 큰 은행들이 퍼스트리퍼블릭과 모든 규모의 은행에 대해 가지는 신뢰를 반영하며 은행들이 고객과 지역사회를 섬길 수 있게 지원하겠다는 전반적인 의지를 보여준다"고 밝혔다.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우려가 제기되면서 위기설에 휩싸였다.
이번 조치는 대형 은행들이 퍼스트리퍼블릭이 필요한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은 물론이며 자기 돈을 맡길 정도로 퍼스트리퍼블릭을 신뢰한다는 상징적 의미도 가진다.

다만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이 대형 은행들의 지원으로 일단 한숨을 돌렸지만, 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히 가시지 않은 모습이다.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다시 20% 폭락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 당국과 대형 은행들이 300억 달러(39조원) 규모의 지원을 발표하자, 오히려 곤두박질쳤다.

■ 옐런 "美 은행 시스템 건전…예금 안전 확신해도 된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16일(현지시간) 파장이 확산하고 있는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사태와 관련, 미국의 금융 시스템은 건재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옐런 장관은 이날 상원 금융위 청문회 모두 발언에서 "우리 은행 시스템은 건전하다고 재확인한다"며 "미국인들은 자신의 예금을 필요로 할 때 인출 가능하다는 것에 확신을 가져도 좋다고 약속한다"고 말했다. SVB 사태 이후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가 의회 발언대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옐런 장관은 "이번 주 취해질 조치들로 예금자의 자산은 안전하다는 우리의 굳은 약속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옐런 장관은 "정부는 은행 시스템에 대한 신뢰감을 강화할 수 있는 단호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며 "주주나 채권 소유자는 정부의 보호를 받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한 푼의 세금도 이 같은 조치에 사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옐런 장관은 SVB 폐쇄 조치와 관련해선 "현 상황에서 유동성 위기가 있었다"며 "은행에 무슨 일이 있었고, 이 같은 문제가 왜 발생했는지 상세하게 조사할 것이다.

앞서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IDC)는 SVB 초고속 붕괴 사태 대응을 위해 SVB와 시그니처 은행 등에 예금보험 한도를 넘는 예금도 전액 보증하고, 은행들이 손해를 보지 않고 유동성을 마련할 수 있도록 연준에 새로운 대출 프로그램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 ECB, 기준금리 0.5%P 인상…SVB·CS 사태에도 '빅스텝'

유럽중앙은행(ECB)이 16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3.0%에서 3.5%로 0.5%포인트 인상했다. ECB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의 충격이 그간 경영난을 겪어온 스위스의 세계적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로 밀어닥친 여파에도 석달째 '빅스텝'을 유지했다.

ECB는 이날 통화정책 이사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3.5%로, 수신금리와 한계대출금리 역시 각각 3.0%와 3.75%로 0.5%P씩 올리기로 했다. ECB는 이날 통화정책 방향에서 "물가상승률이 지나치게 오랫동안 지나치게 높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돼 중기 물가상승률 목표치 2%로 제때 복귀하기 위해 오늘 금리인상을 결정했다"면서 "불확실성 고조는 통화정책 이사회가 금리 결정시 자료에 기반한 접근을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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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유로존(유로화사용 20개국)의 은행부문은 튼튼한 자본과 유동성을 보유한 덕에 회복력이 있다"면서 "ECB는 필요시 어떤 경우에도 통화정책의 순조로운 파급이 가능하도록 유로존 금융시스템을 지원하기 위해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할 정책적 수단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SVB 파산의 충격에 이어 CS의 재무건전성 문제로 인한 자금유출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면서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이날 오전 금융시장에서는 ECB가 빅스텝을 감행하는 대신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50%까지 상승했었다.

ECB는 지난해 7월 11년만에 처음으로 빅스텝을 감행한 데 이어 지난해 9월과 10월 두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고, 이후 다시 빅스텝을 세차례 연속 이어가면서 6회 연속 금리를 올렸다.ECB는 이날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했지만, 오는 2025년까지 중기 물가 목표치로 복귀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은 유지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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