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승리" vs "현실적"…日 강제징용 배상안에 찬반 후끈

대학생들 "제대로 된 사과 먼저 필요"
"한·일 관계 생각해야" 반응도
정부가 6일 일본 강제동원 피해배상 문제에 대해 '제3자 변제' 방식을 채택한 가운데, 대학가에서는 "일본의 승리"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반응을 보여 의견이 대립하는 양상이다.

서울대 재학생 고모 씨(25)는 6일 한경닷컴에 '제3자 변제 방식'에 대해 "우리 쪽에서 변제를 먼저 해주고 일본이 이에 대한 반성을 끌어낸다는 취지에 대해 반대한다"면서 "이번 결정으로 일본으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를 받기에는 어려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이화여대 재학생 김모 씨(23)도 "이번 정부의 결정은 결국 일본의 승리를 이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국민을 외면하고 외교를 선택한 셈인데, 배상금 결정은 둘째로 치더라도 일본 정부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를 받아낼 수 있도록 국가가 힘써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날 서울대학교 교내 커뮤니티에도 '일제 강제동원 피해 배상을 제3자 배상으로 해결하기로 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되는 등 비판적인 반응이 감지됐다. 작성자 A 씨는 "일본의 강제동원 피해자에 피고 기업은 배상하지 않고 한국 기업이 돈 모아서 (배상금을) 내는 구조 아니냐"면서 "일본에 당한 기업을 한국인들이 돈 모아서 배상하는 것을 '정의'라고 할 수 있냐"고 주장했다.

A씨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돈을 드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본의 식민 지배의 불법성과 그로 인한 피해자가 있음을 인식시키는 것"이라며 "이렇게 돈 줄 거였으면 진작에도 줄 수 있었다"고 반박했다.이어 "(현실적으로) 우리가 힘이 약한 걸 어떡하냐"는 다른 학생의 반응에는 "우리가 일본보다 약한 것도 맞고 협상에서 어느 정도 불리할 수 있다는 것도 안다"면서도 "이런 호구(바보같은) 조건을 먼저 제시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또한 이날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전국 대학생 연합동아리 '평화나비 네트워크'는 '강제동원 굴욕해법, 강력히 규탄한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제3자 변위를 통해 일본 기업의 책임을 완전히 지우고 피해자들의 요구를 철저히 배제한 채 '강제동원 굴욕해법'을 강행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정부의 결정이 현실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서울 소재 대학에 다니는 이모 씨(26)는 "이 방법이 최선은 아니겠으나 분명 살아계실 때 보상받고 나은 생활을 하고 싶어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이라며 "한일관계가 엮여있는 것이 많다보니 협력이 필요할 때는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대학생 정모 씨(25)는 "외교적, 경제적으로도 일본과 엮인 게 많고 분쟁을 일으키면 안 좋으니 국가가 눈치 보는 것이 이해된다"면서도 "다만 과연 이게 최선이었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일본으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는 목소리에 '김대중-오부치 공동성명'도 재조명됐다. 이는 1998년 10월께 김 전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지 일본 전 총리가 마련한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쉽(동반관계) 공동선언'으로 불린다.

이 성명에서 일본 측은 "일본이 과거 한때 식민지 지배로 인하여 한국 국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주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 "(식민지 지배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라고 적시한 바 있다.
사진=뉴스1
한편 이날 오전 박진 외교부 장관이 발표한 강제동원 대법원판결 관련 정부 입장문에 따르면 정부는 강제동원 피해자·유족 지원 및 피해구제의 일환으로 2018년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난 3건(2013다61381, 2013다67587, 2015다45420)의 피해자들에게 재단을 통해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한다. 현재 계류 중인 강제동원 관련 소송이 원고 승소로 확정될 경우에도 해당 판결의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할 예정이다.재원은 '민간의 자발적 기여' 등을 통해 마련할 전망이다. 박 장관은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화해와 선린우호 협력에 입각한 미래지향적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함께 노력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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